[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 금융시장이 심하게 요동쳤다.
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5포인트(2.25%) 떨어진 1958.38에 마감했다. 트럼프의 당선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반락한 코스피는 장중 낙폭을 확대했다. 코스닥은 무려 3.92% 밀리며 600선을 내어준 599.74에 장을 마쳤다. 최근 몇 개월간 글로벌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달래진 못한 것이다.
서정훈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사상 초유의 강성 후보로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의 영향력은 부정적인 기류가 대부분"이라며 "자질과 역량보다는 주류 움직임과 다른 그의 돌발성향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코스닥 '급락'…국내증시 단기 타격 불가피
국내증시는 미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함께 본격적인 과매도 해소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가격 흐름을 결정할 키는 코스피200지수의 경우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 코스닥지수는 기관의 순매도 확대 여부였다.
하지만 예상 밖의 트럼프 당선으로 당분간 수급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가며 2140억원을 팔았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5951억원 매도 우위였다.
대체투자 선호 심리는 강화되며 KRX금시장 거래량이 개설 이래 두번째로 많은 118.3㎏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11시30분 비상 시장점검회의를 개최해 금융시장 상황을 긴급 점검하고, 국내외 증시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시장운영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변동성 확대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은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적 사안이고 특히 해외이슈에 대해서는 최대한 몸을 사리는 게 좋다"며 "당장 트럼프 수혜주를 찾는 것보다는 변동성이 잦아들 때까지 현금보유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시장의 경계심은 강화되겠지만, 악재가 장기화되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트럼프의 승리로 미국 변동성지수인 VIX는 최근 22포인트까지 올라 트럼프 리스크를 선반영했다고 볼 수 있지만,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다. 지난 8년간 유지된 집권 민주당의 정책 기조가 큰 틀에서 바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이 중장기적 이슈이고, 현재의 펀더멘털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키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단기적 변동성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며 투자 관점에서는 저점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지난 여섯차례 대선 전후의 평균 추이를 보면 대선 전 급격히 증가한 정책 불확실성이 대선 직후 급감하며 안정세를 찾아가는 양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5.4%, 중국 -0.6%…글로벌 투심 위축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5.36% 급락한 1만6251.54로 마감했다. 허재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클린턴 당선에는 일본 주식시장, 트럼프 당선에는 엔화 강세에 관심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일본의 정치적인 안정은 일본 자산에 대한 매력을 높여주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 대선 이후 12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져 엔고 부담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중국증시도 하락했지만 낙폭은 제한됐다. 상하이종합지수는 0.62% 내린 3128.37로 마쳤다. 지난 1월 급락 후 전날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하루 만에 최고치를 반납했다. 오승훈 연구원은 "멕시코, 중국 등 신흥국이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로 주가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 반면, 금 가격은 안전자산 선호로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이 우세하다는 전망에 2거래일 연속 오른 뉴욕증시도 9일(현지시간) 하락 반전할 가능성이 크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