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최순실 게이트의 한 축으로 지목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의혹과 관련자들이 속속 소환되는 수사 상황을 봤을 때 머지않아 검찰 소환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다.
김종 전 차관은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불순한 의도로 개입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창립 단계에서 이들을 비밀리에 만나 설립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인물들 사이에서 '판다 아저씨'로 불리며 인사 청탁을 비롯한 지위를 이용한 각종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의혹이 일자 김 전 차관은 지난달 30일 사표를 제출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검찰 생리에 밝은 한 소식통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과 최근 주요 인물들이 속속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을 봤을 때 김종 전 차관에 대한 수사 착수도 시간문제로 보인다"면서 "아직 공식적인 얘기는 나온 것이 없지만 김 전 차관을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안을 지켜보고 있는 법조계 관계자 역시 "검찰 입에서 공식적으로 김 전 차관의 이름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일주일 정도 안으로 소환할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귀띔했다. 수사 관계자 역시 부인하지 않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있는 단계"라며 "일정은 아직 밝힐 수 없지만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간 법조계에선 수사가 문제가 아니라 구속도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변호사 출신의 한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김종 전 차관은 당연히 구속될 것이다. 문체부가 비리의 온상으로 떠오른 지 오래됐는데 그 몸통이 김 전 차관이다. 이미 출국금지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지금 나온 것들만 봐도 구속이 당연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언론 보도가 아무리 수사 참고 대상 이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이슈 국면을 보면 단순 검찰 소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상까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김종 전 차관에 대한 체육계의 평판은 이미 꺾일 대로 꺾인 상태다. 스포츠문화연구소와 체육시민연대는 체육인 592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체육인 시국선언'을 했다. 이 안에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를 비판하는 동시에 김 전 차관의 검찰 수사 착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들은 "청와대 발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체육인들의 마음이 처참하다"며 "최순실 게이트는 대부분 문체부와 김종 전 차관을 통해 이뤄졌다. 국정 농단 곳곳에 스포츠가 범행의 명분으로 악용됐다"고 꼬집었다.
행사 후 만난 한 체육계 교수는 "김종 전 차관은 교수 시절부터 많이 돌아다니는 교수였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학자라기보다는 이권을 챙기기 위해 여기저기 줄을 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면서 "차관 재임 시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더니 결국 지나친 욕심이 이러한 체육계 농단을 벌인 셈"이라고 일갈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 9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6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인민석 더불어민주당의원의 K스포츠재단 의혹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