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아마추어 야구를 관리하는 대한야구협회에 인사청탁을 했다가 무산되자 보복성 특별감사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김 전 차관이 지난달 사표를 제출한 뒤 그동안 수면아래 가라앉아 있던 체육계 내부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한야구협회는 지난 2월 대한체육회 감사를 받은 이후 불과 두 달 뒤인 4월에 특별감사를 받았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이처럼 짧은 기간에 연이어 조사를 받은 경우는 없었다는 게 체육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특히 지난 4월 특별감사는 대한체육회뿐만 아니라 문체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인력까지 투입된 대규모 합동 특별감사였다.
대한야구협회 내부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근 "당시 특별감사 결과 여러 행정 처분과 함께 직원 3명이 해고됐다. 그런데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전원 복직 판결이 났다"면서 "큰 잘못이 없는데 졸지에 불필요한 피해를 봤다. 항간에 떠돌던 문체부 혹은 김종 차관의 무리한 보복성 특별감사가 입증된 셈"이라고 폭로했다.
이 관계자의 증언에 의하면 김종 전 차관은 지난해 하반기에 박상희 전 대한야구협회장을 만나 협회 고위직에 A씨가 적합하다고 인사청탁을 했다. 그는 "김종 전 차관은 교수 시절부터 A씨와 막역한 관계다. 당시 김종 전 차관이 각종 연구 용역을 해당 업무 담당자인 A씨한테서 받았다"고 귀띔했다. A씨는 프로야구를 다루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은 김종 전 차관의 추천 인사를 임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대한체육회를 통한 문체부의 특별 감사 지시가 대한야구협회로 내려왔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전 차관은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4대악 센터에 제보가 들어와 문체부가 조사한 거다. 실무진들이 진행해서 나중에 보고가 올라온 것"이라고 특별감사 경위를 설명했다. A씨 인사청탁과 관련해서는 "당시 박 전 회장이 만나자고 해서 어느 호텔에서 한 차례 만났다"며 "함께 여러 현안을 얘기하다가 협회 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분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해 추천했다. 결과적으로 박상희 전 회장이 해당 인사를 선택하지도 않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김 전 차관의 보복성 감사지시 의혹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김종 전 차관이 A씨를 추천했다는 건 암암리에 떠돌던 소문"이라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김종 전 차관이 지난달에 사직서를 제출하자 이런 얘기도 떠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구계 사정에 밝은 다른 관계자도 "문체부가 벌였던 4월 특별감사는 김종 차관이 지시했다는 소문이 있다. 서류상으로는 문체부 해당 과장 서명이 있겠지만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야구협회 감사를 진행했던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2월 감사 이후 해당 내용을 알렸더니 문체부에서 범위가 너무 좁다고 해서 4월에 범위를 더욱 넓혀 전체적으로 협회 운영 전반 차원에서 감사해달라고 요청이 왔다"며 "그게 김종 전 차관 지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감사 이후 두 달 만에 또 다른 감사를 할 정도로 감사 간격이 좁았던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달 30일 사표를 제출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