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국내 생명보험 인수합병(M&A) 시장에서 PCA생명이 알리안츠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거래를 마치면서 시장의 관심은 나머지 두 회사에 쏠려있다. ING생명과 KDB생명의 성공 여부는 결국 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085620)은 지난 10일 PCA생명의 지분 전량을 1700억원에 현금 취득하는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했다.
인수 가격 1700억원은 애초 시장에서 예상하던 가격인 3000억원에 절반을 조금 넘은 수준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을 불과 300만 달러(약 35억원)라는 헐값에 인수해 시장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알리안츠생명에 이어 PCA생명 마저 절반 가격에 거래가 마무리되면서 결국 M&A 시장에서 생보사의 평가는 냉정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보험사가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이 도입되면 자본확충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시장에서 부르는 생보사의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가장 몸집이 큰 ING생명에 쏠려있다. ING생명 매각은 지난 8월부터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가격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프로그레시브 딜(경매 호가) 방식으로 4곳 이상의 후보군과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인 JD캐피탈과 중국계 태평생명, 푸싱그룹, 안방보험 등이 시장에 알려진 후보자들이다.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ING생명의 가격은 3조원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2조원 초반대로 ING생명을 평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매물로 나온 보험사 중 가장 크고 비싼 회사가 ING생명"이라며 "ING생명의 실적이 좋긴 하지만 MBK가 사들인 가격과 현재 시장 상황을 보면 3조원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ING생명과 MBK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문국 ING생명 사장과 임원들은 ING생명 최종 가격이 3조원 이상을 받을 경우 수백억원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어 어떻게든 가격을 높게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총자산 16조6000억원의 KDB생명도 현재 85%의 지분이 매물로 나와 있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난달 13일 마감한 예비입찰에는 외국계 자본 2곳이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6500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했다. 이후 유상증자 등을 진행해 총투자금액은 9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KDB생명의 매각가가 5000억~6000억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