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대 다시 '고개'?…전세끼고 집사는 '갭투자' 성행

지난달 전세 비중 68.8%…7개월 째 상승세

입력 : 2016-11-13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전세 시대는 끝나고 월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예고 됐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전·월세거래에서 월세 보다 전세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중 전세 비중은 68.8%로, 7개월 째 상승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은 2012년까지 80%선을 유지했으나, 전세난과 함께 그 다음해인 2013년 70%선으로 떨어졌다. 이후 2015년 60%대로 하락했고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려오며, 급기야 올해 3월에는 61.9%로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전세 비중은 63.9%를 기록했고, 5월에는 64.6%, 6월 65.6%, 7월 67.7%, 8월 67.2%, 9월 68.4%, 10월 68.8% 등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세거래 건수 역시 지난해 10월 9532건이었던 것과 비교해 올해 같은 달에는 1만1040건이 거래되며 1508건이 증가했다.
 
각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금천구가 83.1%로 지난달 전세 거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 3월과 비교하면 무려 20.0%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이어 강서(76.6%)와 은평(75.2%), 영등포(73.5%), 양천(73.5%), 강북(72.4%) 등의 순으로 전세 계약이 많이 이뤄졌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 시대가 막을 내렸다'며 월세제도가 정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월세 거래가 급증했다. 저금리로 인해 목돈의 전세보증금 보다는 매달 받는 월세에 대한 집주인들의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전세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GAP)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갭투자는 전세금과 매매가격의 차액만으로 소액 투자가 가능해 집값 상승기에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곳에서 많이 이뤄진다.
 
성북구 길음동 R공인 관계자는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적게 돈을 들여 아파트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지역에서는 갭투자가 활발하다"며 "최근 전세를 끼고 사거나 집을 사면서 바로 세입자를 구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위례신도시 개발지역에서 아파트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기에 입주물량 증가도 전세 비중을 늘리는데 한몫했다. 위례신도시와 하남미사강변도시 등 의 수도권 신도시에서 입주가 시작되면서 인근 지역인 강동구와 송파구 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송파구 신천동 B공인 관계자는 "위례에 있는 대단지 아파트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이사를 가기 위해 전세나 매매로 집을 내놓은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매매와 전세 모두 거래가 늘었으며, 매매보다는 전세 거래가 많이 이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강동구에서는 509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졌으며, 올해 같은 달에는 874건으로 늘었다. 전세 거래 역시 같은 기간 538건에서 554건으로 증가했다. 송파구도 매매는 701건에서 959건으로, 전세는 710건에서 무려 1103건으로 1년 사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나래 기자 wiing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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