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롯데그룹 경영 비리로 기소된 신격호 총괄회장(94)과 신동빈 회장(61) 등 총수일가에 대한 첫 재판이 15일 시작됐다. 고령인 신 총괄회장과 검찰 소환에 불응했던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57)의 재판 출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유남근)은 이날 오후 2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총수일가 삼부자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다. 신 총괄 회장 등 총수일가와 피고인들 모두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법정에 직접 출석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이 재판 진행 당시인 오후 2시에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대통령과 개별 면담 등에 관해 조사를 받았다.
신 총괄회장의 조세포탈 사건을 맡은 변호인은 "피고인은 만95세로, 2013년 고관절 수술 이후 건강이 악화해 그동안 롯데그룹 보고도 한시간 이상 받지 못해 출석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에 대한 기억력은 상당히 손상됐으나, 의지나 의사는 온전한 상태"라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8월 신 총괄회장이 질병이나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해 한정후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준비기일에는 당사자 의견에 따라 불출석할 수 있지만, 서씨와 신 총괄회장이 법정에 출석할 것인지에 대해 변호인의 의견을 정리해 달라"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공동 변호인은 이날 수사 기록 양이 방대해 5주 정도의 검토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 달 22일 2차 준비기일을 진행한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 등은 200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롯데피에스넷 ATM 구매 관련 끼워넣기, 롯데피에스넷 구주 고매수 등의 방법으로 회사에 471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신 총괄회장 등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롯데시네마 매점을 서씨와 신 이사장 등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에 넘겨줘 778억원을 배임하고, 2005년부터 올해까지 직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는 신 전 부회장 등에 대한 급여 지급으로 508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으로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6.21%를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매매로 가장해 서씨와 신 이사장에게 증여하면서 증여서 858억원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10월19일 총수 일가 5명을 비롯해 그룹 정책본부 간부·계열사 대표·롯데건설 법인 등 총 24명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조세)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대국민사과와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