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이른바 '현해탄 경영'을 펼치며 경영활동을 재개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또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구속 위기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는 듯 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 무죄를 입증해야 할 경영 비리 재판, 경영권을 둘러싼 막판 총공세가 기다리며 또 다시 신 회장을 한숨 짓게 하고 있다. 롯데그룹 개혁 속도도 예상보다 더뎌질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관측이다.
신 회장은 15일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과 관련해 검찰에 전격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14일 일본출장을 마치고 귀국한지 이틀째만의 소환 조사이며, 사안은 다르지만 지난 9월 경영비리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은지 한달 반만에 다시 검찰을 찾았다.
앞서 박 대통령 독대 명단에 오른 대부분의 기업 총수들은 지난 주말 소환조사를 마쳤다. 신 회장도 귀국 직후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당초 예상보다 검찰 소환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신 회장은 지난 2월18일 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롯데그룹은 지난 1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총45억원의 기금을 출연한 데 이어 지난 5월 추가로 후원금 70억원을 냈지만 총수 일가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직전 돌려받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의 중심에 서 있어 신 회장의 조사결과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을 상대로 재단에 기금을 출연하게 된 경위, 후원금을 돌려받은 이유, 박 대통령과 독대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이날 검찰로 향했지만, 공교롭게도 동시간대에 법원에서는 '롯데 비리'와 관련해 신 회장을 포함한 롯데 오너일가의 첫 재판(공판준비기일)도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유남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2시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서관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 준비는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양쪽 의견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일정과 방식을 조율하는 절차로, 신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는 직접 출석하지 않았다.
현재 롯데 경영을 책임지는 신 회장은 500억원대 횡령과 1750억원대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2004년 정책본부장에 오른 신 회장이 이후 국내 롯데 계열사 경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며 다른 일가로부터 경영권 승계 지지를 받고자 '공짜급여'를 지급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횡령 책임을 묻고 있다. 신 회장과 롯데그룹 측은 적용된 혐의 가운데 상당 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구속 위기는 모면한 신 회장이지만 배임과 횡령 협의는 순전히 총수일가가 무죄를 증명해내야 하는 과제인 만큼 향후 재판과정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재판은 향후 그룹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호텔롯데의 상장과 롯데면세점 특허권 재탈환, 경영권 분쟁 재발 등 세가지 측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무죄를 입증해내야 하는 것이 신 회장측의 숙제다.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멈출줄 모르는 공세도 신 회장에겐 골칫거리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다음날인 9월\30일 신 회장과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 롯데쇼핑 공시 책임자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의 롯데 수사가 신동빈 회장의 영장 기각으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자 재차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최근에는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을 상대로 수조원대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신 회장측은 최근 일본 이사회에서 지지를 재확인하고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신 전 부회장의 마지막 총공세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이후 두 번의 대국민 사과, 사안은 다르지만 두 번의 검찰 소환 등 신 회장의 그룹 개혁에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속출하고 있다"며 "남아있는 재판과정과 경영권 분쟁 여지 등을 감안할때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뉴롯데' 건설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9월28일 경영비리 혐의로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