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29주기 추모식…범 삼성가 '따로따로'

이병철 선대회장 "변화에 게을리 하면 쇠퇴한다"

입력 : 2016-11-17 오후 12:09:27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29기 추모식을 앞두고 범 삼성가 집결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올해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삼성이 안팎으로 위기에 봉착한 만큼 이병철 선대회장의 뜻을 기리는 추도식에 큰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삼성·CJ·신세계·한솔, 각 그룹별 시차두고 선영 참배
 
이병철 선대회장의 29기 추모식이 18일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진행된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기일은 본래 오는 19일이지만, 주말임을 감안해 하루 앞당겨 진행키로 했다. 
 
삼성, CJ, 신세계, 한솔 그룹이 모두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 2012년 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재산상속 다툼 이후, 그룹별로 시차를 두고 따로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역시 추모식을 진행하는 호암재단이 선영 참배 시간을 그룹별로 나눠서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재계에서는 범삼성가가 다시 한 자리에 모일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상속재산을 놓고 소송전을 벌였던 삼성과 CJ가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이재현 CJ 회장 탄원서 제출, 삼성가의 이맹희 회장 장례식 참석 등으로 어느 정도 화해의 기틀이 마련된 만큼 다시 화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그룹 관계자는 "과거 좋지 않은 감정이 해소된 것은 맞지만 앞으로도 추모식은 그룹별로 진행될 것"이라며 "삼성만 하더라도 임원수가 수백명이다 보니 같은 시간 범삼성가가 모이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이재현 회장 등 투병중이라 불참하는 자손이 많을 전망이다. 이재현 회장도 제사 참여는 가능할 수 있으나, 선영 참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미경 부회장 역시 청와대 압박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미국에 머물고 있어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그룹은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참석이 불투명한 가운데 사장단이 오후에 추모식에 참석한다. 한솔그룹은 조동길 회장이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 참석할 전망이다. 
 
추모식과 별도로 CJ그룹 주재로 기일 당일 저녁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이병철 선대회장의 제사가 진행된다. 이날은 삼성가에서는 홍라희 여사가 참석한다. 
 
호암의 정신 이어 받아야.."성급하고 무리하게 처리하면 안된다"
 
이번 추모식은 삼성그룹이 대전환점에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사내 등기이사 선임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3세 경영이 사실상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선언한 만큼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기업가 정신과 뜻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암은 지난 1984년도 신년사에서 "조직의 원동력은 책임경영 정신에 입각한 철저한 사업부제에 있다"며 "문제는 얼마만큼 자발적으로, 창의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책임경영을 수행하느냐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자마자 갤럭시노트7 사태와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부딪히면서 호암 선친의 가르침도 다시금 주목 받는다. 호암의 아버지는 "매사에 성급하지 말고 어떤 일이든 무리하게 처리하려 들면 안된다. 거짓과 꾸밈은 개인에 있어서나 국가와 사회에 있어서나 큰 재난이다."고 가르쳤다. 특히 "비록 손해를 보는 일이 있더라도 신용을 잃어서는 안된다"며 신의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밖에 호암은 "기업은 결코 영원한 존재가 아니다. 변화에 도전을 게을리 하면 기업은 쇠퇴하며, 일단 쇠퇴하기 시작하면 재건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고 자서전에 언급한 바 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28주기 추도식이 열린 지난해 1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임원진을 태운 차량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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