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더해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주택구입을 준비 중인 실수요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직장인 이우찬(35·남)씨는 전세 연장과 새집 장만을 두고 며칠째 고민 중이다. 당초 내년 1월 말 전세가 끝나면 전세 보증금에 대출을 더해 주택을 구입할 계획 이었지만 최근 대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이 씨는 "정부의 대출 심사 강화로 대출이 어려워졌는데 금리까지 오르고 있어서 기존 대출에 대한 이자비용 부담이 커졌다"며 "현재 살고 있는 집도 전세를 올려달라고 하는데 대출 없이 집을 구하려면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금리가 1.25%로 0.25%p 인하한 이후 처음으로 연 5%대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등장했다. 2014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주요 은행의 연 2%대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2014년 6월 2.5%던 기준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현재 1.25%까지 떨어졌지만,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금리가 잇따라 오르면서 주택 구입을 계획했던 실수요자들의 자금 부담도 늘게 됐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대출 심사가 강화된 데다 금리마저 오르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8·25 가계부채 대책 시행으로 대출 시 기존 대출까지 고려해 최종 대출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실제로 받게 되는 대출액도 줄게 됐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최근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차주 소득 관리'를 의무화하면서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신규 대출 금리는 물론 기존 대출에 대한 이자도 오르면서 자금압박도 심화되고 있다. 대출금 2억원을 변동금리로 대출 받은 경우 금리가 연 0.2%p 오르면 연간 이자부담이 40만원 증가하게 된다.
이같은 현상은 기존 주택시장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청약을 통해 주택을 분양 받을 경우 상대적으로 대출이 쉽고 낮은 금리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지만 기존 주택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 급등한 데에는 저금리라는 배경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 넘었다는 것은 대출금리로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단기성 투자를 기대했던 투자수요도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연구위원은 "국내 정책금리에 영향을 주는 미국 금리까지 인상될 경우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국내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미국 금리 인상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11.3 부동산 대책에 이어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한 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