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최근 중국 이외에도 유럽이나 동남아 등으로 향하는 K뷰티의 발길이 바빠지고 있다.
화장품 업계의 의존도가 절대적인 중국 시장에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의 인기가 확산되며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K뷰티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21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와 베트남 등이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다.
에이블씨엔씨(078520)의 미샤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 15호점 매장을 오픈했다. 내년 초 러시아 3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은 내년 말까지 모두 8개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러시아의 화장품 수입 시장은 연간 10억달러 규모다. 한국은 1분기 기준 러시아의 화장품 10대 수입국에 진입하는 등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2~3년간 경기침체를 겪으며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점이 '가성비'가 뛰어난 한국 화장품에 기회가 됐다.
주기적으로 화장을 하는 인구가 아직 많지는 않지만 전체 인구가 크다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 한류 바람이 불고 있는데다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키우고 있다. 또 러시아는 동유럽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 시장에서 성공을 발판 삼아 동유럽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베트남 화장품 시장이 높은 성장세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은 최근 연 6%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국가로 한류의 인기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약 7억달러 규모에서 2018년 14억50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1인당 평균 화장품 지출액이 4달러로 적어 성장 가능성이 큰 데다 최근 드럭스토어나 전문 화장품 브랜드 매장, 온라인 시장 등 유통채널이 빠른 속도로 정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 고급 화장품 시장 매출 1위 자리는
LG생활건강(051900)이 차지하고 있다. 2005년 고급 화장품인 후와 오휘, 저가 브랜드숍인 더페이스샵을 베트남에 선보이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후와 오휘는 백화점에서 23개 매장을, 더페이스샵은 전국에서 64개 로드숍을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도 최근 이니스프리의 베트남 첫 매장을 오픈했으며 설화수, 에뛰드 하우스 등을 현지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화장품 시장을 빠르게 키워나가는 인도나 이슬람 종교권의 할랄 시장, 최근 경제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미얀마 등이 '포스트 차이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 다음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는 데에 화장품 업계의 공감대가 모아진 것은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전체 해외 매출의 40~5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가 정치적 이슈에 대해 경제적 보복 카드를 꺼내드는 경우가 많이진데다 로컬 업체들의 추격이 이어지면서 중국 사업이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아직 포스트 차이나를 준비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나 베트남 같은 시장이 중국과 같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다른 시장의 리스크는 사실상 더 크다고 봐야 한"며 "신흥 시장은 투자하면 얼마가 돌아올지 가늠하기 힘든 곳으로 강력한 현지 유통업체와 손을 잡지 않는 한 아직은 중국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네이처리퍼블릭 러시아 2호점에서 제품을 보고 있는 현지 여성들의 모습. (사진제공=네이처리퍼블릭)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