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키로 하면서 삼성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1 대 0.35 비율로 이뤄졌다.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 쪽에 유리한 비율로 합병안은 통과됐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기준 옛 삼성물산 지분 11.61%와 제일모직 지분 5.04%를 보유해 합병안이 불리했음에도 찬성에 표를 던졌다. 시기상으로도 삼성물산 합병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한 후, 삼성이 최순실씨 모녀를 특혜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에 힘을 더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의 지원이 대가성이 있었는지, 그 대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었는지를 집중 수사할 예정이다. 앞서 참여연대 등은 삼성의 재단 출연 및 최씨 일가 지원이 경영권 승계 편의를 위한 뇌물이라며 박 대통령과 최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차례로 고발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본부장도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만약 의혹이 현실로 드러난다면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201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와병 중 이 부회장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기업공개(IPO)와 더불어 방산 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면서 그룹 승계를 위한 자금을 확보했다. 이어 삼성물산 합병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 나섰다.
시장에서는 향후 삼성물산을 핵심으로 하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부문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제조부문으로 나누는 구조의 지배구조 개편방식이 점쳐졌다. 마지막은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해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것이 완성 시나리오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번 수사로 삼성에 뇌물죄가 적용될 경우,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 가능해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사실상 이 부회장은 지난달 등기이사에 선임돼 법적인 지위와 책임을 지게 됐다. 상법상 이사로서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으나, 자신의 경영권 확보라는 개인적인 목적을 위한 뇌물공여 및 배임 혐의가 입증된다면 더이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법적 책임을 논외로 하더라도 최근과 같은 적극적인 지배구조 개편 행보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등 각종 기업 특혜 법안 도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 내부 관계자는 "특검, 청문회 모두 참석해 조사에 임할 것"이라면서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 사업 일정이 전반적으로 늦춰지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삼성서초사옥. 사진/뉴시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