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정책조정수석이 20일 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가운데 그동안 이들에게 중점적으로 제기됐던 뇌물 관련 혐의가 빠지면서 앞으로 박 대통령을 포함한 검찰 수사에서 대가성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롯데그룹이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 비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했다가 돌려받은 부분에 대해 최씨와 안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만을 적용했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충분히 조사한 후 법리 검토를 거쳤지만, 롯데그룹의 부정한 청탁이 없어 제3자뇌물수수 혐의 요건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인 다수의 대기업이 총 774억원의 출연금을 지원한 것도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에 대해 검찰은 "공소장에 빠진 부분에 의혹이 있을 수 있다. 추가로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그 부분을 계속해서 수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삼성그룹이 최씨와 딸 정유라(20)씨 소유의 독일 법인 비덱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한 것을 포함해 그동안 정씨의 말 구매, 승마 경기장, 전지훈련 등을 위한 특혜를 제공해 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추가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삼성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53개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총 204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노동단체는 이와 관련해 15일 박 대통령과 최씨, 이재용 부회장, 박상진
삼성전자(005930) 사장을 뇌물공여·제3자뇌물공여·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수사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시기를 전후해 국민연금이 합병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박상진이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인 최순실, 정유라에게 최소 35억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금품을 공여한 것은 이재용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합병이 이뤄지기 위한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뇌물공여행위라고 볼 수 있다"며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회사 자금을 유용한 다음 그 돈을 뇌물로 제공해 대통령이 가지는 정치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하도록 돈으로 매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 정씨에 대한 지원이 대가관계에 의한 것이 아닌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승마협회 차원에서, 두 재단의 출연금은 그룹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 삼성그룹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이나 정씨를 지원한 시기에는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자금 지원 등을 결정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진술하는 등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등 방산업체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화그룹이 방산업체를 인수하면서 독과점 문제도 제기됐지만, 결국 정부는 지난해 2월 매각을 승인했다. 이를 통해 한화그룹은 방산업계 1위에 올라섰고, 삼성그룹은 지배구조의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2조원대 현금을 확보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7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최씨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28억원의 출연금을 지원해 삼성그룹에 이어 두 번째인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8월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율 인하, 올해 7월 수소차 구매 지원 대책 등의 혜택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SK그룹과 CJ그룹은 지난해와 올해 광복절을 맞아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이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들 대기업의 총수를 비롯해 대표이사 등 총 64명은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대표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씨를 뇌물공여죄 또는 제3자뇌물공여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업무상배임) 위반, 뇌물수수죄 등으로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