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회장 마지막 1년…'CEO승계' 아직 미완

현대증권 덕에 올해 실적 신한 추월할 듯, '리딩뱅크 탈환' 가시화
회장-행장 겸임 유지 가닥…차기 후보군 부재·외풍개입 우려 여전

입력 : 2016-11-23 오후 4:09:27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마지막 1년의 임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 2년간 'KB사태'의 내홍을 겪은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회장과 행장 겸임 체제가 내년까지 계속 가져가는 등 고위직 인사에서 외부입김에 주춤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어 최고경영자(CEO) 승계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지배구조 마련에 대한 과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11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윤 회장은 임기 마지막 해에 접어 들었다. 그동안 구호에만 머물렀던 '리딩뱅크(1위 은행) 탈환'을 가시화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년간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이룬 가운데 올해는 연간 실적으로 신한금융지주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1조6898억원인데, 4분기 현대증권이 100% 자회사로 편입돼 현대증권의 실적이 반영되면 순이익 규모는 2조원을 넘어 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회성 요인에 따른 것이지만 KB금융 내부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시장에서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날 KB금융의 주가는 종가 기준 4만1850원으로 신한지주(055550)(4만4350원)와 차이를 2000원 가량의 차이로 좁혀졌다. 1년여 전 신한지주와 1만원 이상 차이났던 것에 비해서는 상당한 진척이다.
 
하지만 윤종규호 KB금융의 성패의 관건은 지배구조 안정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한지주는 내년 CEO 교체 등 내외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어 보수적이 사업을 펼치기 때문에 주가에 이러한 점이 반영됐다고 본다"며 "KB금융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려면 지배구조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사 지배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고위직 인사에서 KB금융은 아직 취약점을 보이고 있다..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장은 윤 회장이 겸임하고 있으며, 상임감사은 1년10개월째 공석으로 있다.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물망에 올랐었지만,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등이 감사로 내려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지난해 말 그룹 2인자격인 김옥찬 KB금융 사장을 선임하긴 했지만 김 사장 역시 관료 출신 최종구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서울보증보험 사장에 선임면서 이동할 수 있었다.
 
김 사장은 아직까지 사내이사에 선임되지 못하고 있다. 현 사내이사인 이홍 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 이후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논의될 여지가 있지만, 윤 회장이 사장직 선임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가 돌연 선임한 것이 외부의 상황 변화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관계자는 "어윤대 회장-임영록 사장 당시에도 핵심사업을 밀어 붙이는 회장과 이사회의 지원을 등에 입은 사장 사이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며 "사장직을 끝까지 두려고 하지 않았던 이유도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아니겠나"고 말했다.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김옥찬 사장을 비롯해 이홍 국민은행 부행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윤웅원 국민카드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회장-은행장 겸임 체제를 내년까지 가져가겠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윤종규 회장의 임기 마지막해에 접어들었는데도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꼽힐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윤 회장의 연임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지만 윤 회장 독주체제인 상황에서 내부 권력화에 대한 우려가 꼬리표처럼 달라 붙고 있다.
 
KB금융이 현직 회장(윤 회장)에게 연임 우선권을 주는 경영승계규정을 백지화하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확대지배구조위원회에서 현 회장을 비롯한 차기 회장 후보들을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시키겠다고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사업 부문에 정통한 임원들은 많지만 은행장이나 사장처럼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해 꿰뚫고 있는 임원들은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룹 경영진 회의에 계열사 CEO를 비롯한 거의 모든 임원이 참여하기 때문에 경영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말했다.
 
내년 3월 KB금융 사외이사 6명 전원이 임기가 끝나면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5분의1이 교체되는데, 외부 입김으로부터 사외이사 선임을 차단해야 차기 회장 인선 등의 독립성을 최소한으로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은행장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 CEO가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는 다른 금융사와 상황이 다르다"며 "지금까지는 윤 회장 독주체제가 인정이 됐지만 임기 마지막해에는 CEO승계와 같은 지배구조개선 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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