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시장에 불기 시작한 훈풍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업황이 개선, 주요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반도체 업체들의 시스템반도체 생산 등 시설투자도 활발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시장의 전망도 밝다.
내년에도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12Gb 모바일 D램. 사진/뉴시스
24일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2% 축소된 3245억5000만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스마트폰용 수요 급증으로 지난 2013년부터 호황이 지속됐던 세계 반도체 시장은 세계경제 침체 등으로 지난해부터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메모리, 발광다이오드(LED)를 포함한 광전자 제품 등의 판매가 줄고 공급 과잉으로 평균판매가격이 떨어지면서 시장이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 상태까지 맞물리며 상반기 업황 부진이 지속됐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메모리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며 불황 국면에서 벗어났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은 2014년 11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가 올 6월 들어 상승세로 전환, 최근 한 달 새 25%나 급등했다. 2013년 3월 전월 대비 18.52% 상승한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연말 성수기 재고 축적 수요와 PC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수요 및 서버 수요 급증, D램 생산량 축소로 인한 공급 부족 등이 D램 가격을 끌어올렸다. 가격 상승세는 4분기에도 이어져 3분기보다 10%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상승세다. 낸드플래시는 지난달 하반월에 전분기 대비 4~7% 올랐고, 표준제품 중 하나인 MLC 32Gb(기가비트)는 9월 말 대비 10월 말 가격이 7.39%나 상승했다.
호황을 맞은 반도체 시장은 내년에도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PC 및 서버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 용량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가 줄었지만 내년에는 다시 2%대 성장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D램의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PC 출하량이 줄고 스마트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제품 1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PC는 가상현실(VR) 기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메모리 용량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D램 공급과 수요는 각각 전년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마트폰 대당 D램 탑재량 증가로 모바일 D램 수요도 28%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플래시도 PC 하드디스크(HDD)를 대체하는 저장 장치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가 확산되면서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3D 낸드플래시 활황이 계속되며 전체 반도체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실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은 지난해부터 3D 낸드플래시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생산을 늘리고 있다. 김 연구원은 "낸드플래시의 주요 수요처가 스마트폰에서 SSD로 변화 중"이라며 "내년 낸드 공급은 업체들의 3D 낸드 투자 확대가 진행되면서 전년대비 38% 증가하고 수요는 SSD가 견인, 전년대비 38%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반도체 업체들의 시설투자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삼성전자, TSMC 등은 내년부터 10나노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위한 투자를 본격화할 것을 예고, 시장의 기대도 크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생산 능력을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