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국정농단 사건’을 둘러싼 의혹의 화살이 정권 막후 실력자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향해 가고 있다. 특히 김 전 실장은 법조3륜(판사-검사-변호사)에 대한 각종 로비나 공작 의혹의 정점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야권은 연일 김 전 실장을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던 김 전 실장 관련 의혹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왕실장’으로 통했던 김 전 실장이 법조계도 쥐락펴락하려고 한 흔적이 나온다. 2014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작성된 비망록을 보면 김 전 실장이 '법원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상고법원으로 협상을 하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을 주문하며 법원 길들이기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황이 들어 있다. 상고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줄기차게 도입을 주장해온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달 24일 JTBC를 통해 공개된 이른바 ‘최순실 파일’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면담 말씀자료’도 포함돼 있다. 최씨가 사법부에도 관여하려고 한 시도로 풀이되고, 그 연결고리로 김 전 실장이 지목되고 있다. 비망록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법원이 지나치게 강대하다”고 강조하며 “견제수단이 생길 때마다 길을 들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돼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한화그룹이 최씨에게 김승연 회장에 대한 석방 민원을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다시 김 전 실장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김 회장이 실제 최순실씨가 관여해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났다면 대법원의 대법관들을 움직여야 하는데, 이를 시도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은 김 전 실장 밖에 없을 것이란 점 때문이다.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은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나 2013년 9월 대법원이 일부 배임액수 산정에 대한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김 전 실장의 과거 삶의 궤적 역시 그가 검찰을 넘어 법원까지 손아귀에 넣으려 했을 것이란 추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992년 14대 대선 당시 부산에서 있었던 ‘초원복집 사건’은 김 전 실장의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으로 지금도 입길에 오르내린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공정한 선거관리 책무를 맡고 있던 그는 되레 부산 지역 기관장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우리가 남이가”,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돼” 등의 발언을 하며 김영삼 후보을 당선을 지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전 실장을 두고 “헌정을 유린한 공작정치의 부두목”이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한화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확인 한 바로는 최씨에게 석방민원을 요청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 참석을 마치고 나서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취재진의 질문세례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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