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정 농단’ 사건으로 국민으로부터 하야 촉구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고교 후배들로부터 매섭게 질책 당했다.
박 대통령이 졸업한 성심여자고등학교 학생 4명은 12일 오후 7시30분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무대에 올라 “선배님은 부끄러운 존재이며, 대한민국의 대표로 삼으며 살아갈 자신이 없다”며 “그 직에서 내려오라”고 요구했다.
마사회가 성심여고 앞 215m에 화상경마도박장을 지은 것을 두고 “특혜를 준 정유라 언니와 우리에게 상반되는 대우를 한 것이 정말로 정유라 언니 말처럼 능력 없고 돈 없는 부모를 둔 저희의 잘못인가”라고 질문할 때엔 집회 참가자 중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기자가 현장에서 노트북으로 받아친 성심여고 학생들의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원문 그대로 살려 소개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성심여고와 성심여중, 신광여중고, 배문고, 원효, 남정초교 학생과 학부모, 원효로 인근 주민들이 2013년 7월13일 저녁 서울 원효로 화상경마장 이전 예정 건물 앞에서 경마장 이전을 반대하는 촛불 문화제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선배님, 저희는 박근혜 선배님과는 다른 후배가 되고 싶어 누군가의 지시 또는 대필 없이 이 말을 준비해왔습니다.
저희는 택시기사님께 “성심여고로 가주세요”라고 하면 “아. 박근혜 대통령이 나온 학교”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네 맞아요” 라고 떳떳이 말할 수 없습니다.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존재가 된 박근혜 선배님께서 11월4일 저희가 공개적으로 보낸 편지를 보지 못하셨을까 하여 다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박근혜 선배님, 학교의 교훈을 기억하십니까. 같은 교훈 아래서 자란 선배님과 저희의 의견은 너무나 다릅니다. 성심의 교훈 세가지(진실, 정의, 사랑)는 지금 박근혜 선배님의 행동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진실이란 사전적 의미로 거짓이 없는 사실이란 뜻입니다.
박근혜 선배님께서는 지금까지 혹은 지금도 국민에게 진실이 아닌 거짓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순실의 의견이 아닌 진실을 듣고 싶습니다.
2012년 10월22일 말씀하신 “정의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이 말이 현재의 상황에 옳은 말인가요?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선배님께서는 정의를 패배시키려 하고 계십니다. 선배님께서 지금까지 행사해 오신 행동들은 절대로 정의가 아닙니다.
선배님께서는 정말로 국민을 아끼는 마음으로 대통령직에 앉아 계시는 게 맞습니까?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해 국민을 위해 정치하는 사람이지 국민에게서 귀를 막고 회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국민을 사랑으로 안을 자신이 없다면 그 자리는 결코, 절대로 어떤 이유에서도 선배님의 자리가 아닙니다.
우리 학생들은 아침마다 지각하지 않으려고 교실로 뛰어 옵니다. 하지만 온갖 특혜를 받은 정유라 언니는 고등학교 3학년 재학 당시 단 28일을 출석하고도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저희는 마사회가 정유라 언니의 훈련 예산으로 1000억을 편성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 기사에 나온 마사회는 저희에게는 낯선 공기업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마사회가 학교 앞 215m에 화상경마도박장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는 학교에서 200m 내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오락실도 들어올 수 없지만 마사회는 215m라는 이유로 수천명이 들어올 수 있는 화상경마도박장을 지었습니다.
이들을 막기 위해 저희는 청와대에 편지를 전달하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도, 입법청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은 4년동안 반대운동을 하며, 오늘 날짜로 1026일째 천막 노숙 농성을 하고 계십니다.
마사회는 정유라 언니 한명을 위해서 엄청난 지원을 했지만, 성심여중과 성심여고가 있고 많은 청소년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화상경마도박장을 세워 교육환경을 훼손했습니다. 이 상반되는 대우가 정말로 정유라 언니 말처럼 능력 없고 돈 없는 부모를 둔 저희의 잘못인가요?
오늘 이곳에 왜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나왔을까요? 바로 우리의 의사를 알리고 지금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는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하나 되어 올바른 목소리를 낸다면 우리는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박근혜 선배님! 지금 저희의 목소리가 들리신다면 제발 그 자리에서 내려오십시오. 우리는 당신을 대한민국의 대표로 삼으며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후배들이 박근혜 선배님께 보내는 목소리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