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역보복에 발묶인 '천송이 코트'

광군제 역직구 물량 3주째 통관 지연…사드·한일군사협정 '직격탄'

입력 : 2016-11-28 오후 5:40:44
[뉴스토마토 이성수·원수경기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광군제(11월11일)' 당시 중국인들이 국내 쇼핑몰을 통해 역직구한 물품들이 3주째 배송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의도적인 통관지연 때문이다. 대규모 배송지연으로 모조리 환불해줘야 할 위기다. 가장 큰 피해자는 중국 판매비중이 70%가 넘는 동대문 보세의류 수출상들이다. 역대급 물류대란을 겪으며 줄도산 위기에 빠졌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해관은 지난 11일부터 사실상 통관을 거부하며 한국발 물류를 일체 들여보내지 않고 있다. 중국 해관은 매일 통관 절차를 더 까다롭게 바꾸면서 의도적으로 통관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사실상 통관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해상물류 뿐 아니라 항공물류도 같은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업계 관계자는 "간이통관 기준을 1박스당 5kg 이하에서 2kg으로 낮추더니 이제는 모두 정식통관으로만 받고 있다. 더 나아가 제품에 사용된 원료의 혼용률을 일일이 기재할 것을 요구했고, 지금은 포장을 일일이 뜯으며 검수를 진행해 통관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간이통관'은 정식 수입신고 절차 없이도 통관 수수료와 간이세율에 의한 관부가세만 부과하면 통관을 허용해 주는 제도다. '정식통관' 절차를 거칠 경우 기존 간이통관에 비해 물류 비용이 2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이 관계자는 "한벌 무게가 1.5kg 내외인 패딩 등 아우터가 대부분인 겨울철에 박스당 2kg으로 무게를 제한하면 물류비용이 크게 치솟는데, 이제는 모든 박스를 일일이 뜯어 검수하고 퇴근시간이 되면 그대로 손놓고 퇴근해버리니 현지에 정상배송된 상품이 전무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중국 측 통관절차가 사실상 멈추면서 상하이 등 현지에서 통관을 대기 중인 상품들이 쌓여 물류 창고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이젠 제품도 배에 싣지도 못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업계는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한반도 사드배치 등의 여파로 인한 무역보복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지난 9일 서울에서 2차 실무협의를 마치고 협정문안에 잠정 합의한 직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GSOMIA 체결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중국의 통관 거부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K-패션'의 선봉장인 동대문 패션 소상공인들이다. 동대문 패션업계의 피해액은 업계추산 매일 40억~50억원씩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딩 등 단가가 높은 제품이 주로 팔리는 겨울 성수기인 탓이다.
 
한 동대문 의류 수출업자는 "그동안 국내·외 주요 외교 이슈로 인해 중국이 의도적으로 1~2일씩 통관을 지연시킨 사례는 있었지만, 이 처럼 장기간 통관을 멈춰버린 경우는 이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이어 "정당하게 중국 정부에 세금을 내고 정식 통관절차를 거쳤음에도 3주째 제품이 발이 묶여있는 상황에 어떻게든 중국으로 제품을 보내기 위해 대만이나 베트남을 거치는 우회경로를 알아보거나 일부 불법 물류업체와 접촉을 시도하는 등 온갖 방법을 찾아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통관 지연 소식이 중국 소비자들에게도 퍼지면서 국내 주요 역직구몰의 주문량도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회계정산에도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제품값이 입금은 됐지만 물건이 선적이 되질 않으니 회계 입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수출기업에게 제공되는 환급혜택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동대문 상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통관 거부가 내년 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소문도 돌고있다"며 "통관 거부가 더 길어지면 중국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구할텐데, 시즌이 지난 옷을 뒤늦게 회수해봤자 팔 곳이 없기 때문에 꼼짝없이 망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 고객을 대상으로 역직구몰을 운영 중인 일부 오픈마켓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광군제 당시 판매물품의 배송이 지연 중인 것을 확인했는데, 현지에서는 단기간에 너무 많은 물량이 몰려 배송이 지연 중이라는 해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무역보복에 대해 관계당국은 사태파악조차도 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전혀 몰랐다"며 "관계부서에 확인한 후 대책을 마련해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동대문 의류 수출업자는 "당장 이번주부터 모든 업무를 중단한 상태"라며 "여름 휴가철에도 동대문이 이렇게 한산한 적이 없었는데, 이 사태가 지속되면 다음달에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주고 사무실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한 동대문 의류 수출업자가 중국으로 보낼 의류들을 복도에 쌓아둔채 배송업체와 통화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성수·원수경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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