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에 이어 '최순실 게이트'라는 초대형 암초에 부딪히며 경영마비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밝힌 그룹 쇄신 작업도 전면 제동이 걸린 가운데 당장 코앞에 둔 정기인사와 조직개편도 불투명해졌다.
2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오는 30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내 롯데시네마에서 사장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등 정책본부 소속 임원들과 계열사 사장급 임원들이 대거 참석한다.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는 신 회장 주재로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번 씩, 매년 두 차례 열린다. 올해 첫 회의는 당초 7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지난 6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취소됐다.
롯데 안팎에서는 신 회장과 그룹 수뇌부의 이날 회동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당초 사장단회의에서는 호텔롯데 상장과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심사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에 주력하고 있고, 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한 대가성 의혹을 받고 있는 신 회장을 향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어 그룹 위기에 대한 해법이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수사에 따라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대가성 여부가 드러날 경우 신 회장의 뇌물죄 성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은 롯데의 가장 큰 불안요소다. 그룹이 추진 중인 각종 개혁 등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결정적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미 검찰과 정치권의 압박에 신 회장과 롯데는 코너에 몰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 24일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 롯데를 압수수색했고 정치권에서는 신 회장을 국정조사의 증인 채택했다.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과정에서 대가성이 입증될 경우에는 얼마전 끝난 검찰의 경영비리 수사 여파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룹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 재판에 국정조사 준비까지 겹쳐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사태가 수습되어지길 바랄 뿐 딱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12월 말에 단행하려던 정기인사와 조직개편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향후 특검에서 새로운 혐의나 피의자들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인사를 단행하기도 어렵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기인사는 일단 올해 안에 한다는 방침이지만 조직개편은 여건상 내년 상반기로 밀릴 수도 있다"면서 "인사와 조직개편 규모에 대해 이미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 안팎에선 롯데의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의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큰 폭의 변화 보다는 물갈이 인사와 대규모 조직개편 보다는 '안정'으로 키워드가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 속에 롯데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만큼 신동빈 회장의 쇄신안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최소한 특검이 마무리되고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롯데의 쇄신작업이 재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을지로 롯데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