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IT와 자동차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협업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도권을 잡고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뚜렷하지 않다는 얘기다. 올해 미국의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Tesla)가 자율주행의 핵심인 ‘오토파일럿(Auto Pilot) 기능’을 탑재한 모델을 선보이면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많은 문제점이 발견된 바 있다.
많은 전문가는 단기적으로 IT와 자동차 기업의 보완적 관계를 통해 가까운 시기에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율주행에서 IT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수십 년간 축적한 자동차 기업들의 개발 노하우 역시 IT 기술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은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품질관리에 엄격하고, 판매 및 수리, 부품 공급 등 세계 각지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다시 말해 IT가 소프트웨어라면 자동차는 하드웨어로 자율주행차는 이 모든 요소를 충족하고 있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IT와 자동차 기업은 공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바이두는 BMW와 구글은 푸조·시트로엥(FSA)와 자율주행차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토요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클라우드 컴퓨팅 및 빅데이터 기술 연구를 위한 토요타 커넥티드 설립’, 현대·기아차는 시스코와 ‘차량 내부 네트워크 기술 개발 협력’, BMW는 바이두와 ‘중국 내 자율주행차 출시 목표 기술 개발’,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은 구글과 함께 ‘자율주행차 기술 공동 개발 추진 및 크라이슬러 미니밴 자율주행차 출시’ 등 자동차와 IT 기업간 협력이 활발하다.
자율주행차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국내 IT기업들은 늦은 감은 있지만,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해 인수합병과 MOU를 통한 협력에 나서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세계 1위 전장(전기 장치) 기업인 하만(HARMAN)을 인수하면서 자동차와 IT 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이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를 아우르는 스마트카 시장 진출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일단 삼성은 완성차 시장 진출을 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언제든 뛰어들 수 있기 때문에 삼성과 하만의 움직임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 역시 지난 4월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시스코와 커넥티드카 핵심 기술인 차량 네트워크와 보안 기술 개발 분야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현대차는 인수합병이 아닌 독자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자율주행 레벨4에 해당하는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 16일 미국 LA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16 LA 오토쇼'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차는 라이다(LIDAR)와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 등을 통해 차량의 위치와 주변 사물을 감지해 안전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2010년부터 대학생 자율주행 경연대회를 개최하는 등 저변 확대를 위해 힘쓰는 등 시장성을 보고 기술개발을 선도해왔다.
자동차 컴퓨팅 성능 진화. 자료/Intel(연산속도는 대략적인 추정 수치)
특히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친환경 전기차부터 자율주행·커넥티드카, 스마트카 등 미래 이동수단 기술·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한국 등을 따라잡겠다는 포부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내년 레벨4에 근접한 자율주행차를 전체 차량의 10~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기업들의 발전속도에 못지 않은 정책지원으로 유연한 정책을 펼치고 있고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1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거대한 자율주행차 시장이 열리고 있다”면서 “예상도 못했던 수많은 회사들이 이 분야에 진입하면서 시장이 성장하고, 새로운 관련 산업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