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우리보다 앞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를 도입한 영국은 꾸준한 제도 개혁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ISA, 과감한 세제혜택, 인출의 편리성 등에 힘입어 ISA가 국민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는 올해 시행에 나선 우리나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영국·일본의 ISA 제도 발전과 시사점’을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송 박사는 우리보다 2년여 앞서 제도를 도입한 일본보다는 17년간의 노하우를 지닌 영국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영국은 지난 1999년 ISA 제도를 도입한 이래 17년간 꾸준한 제도 개혁을 이뤄왔다”며 “다양한 목적성의 ISA 도입 등을 통해 가계자산 형성을 위한 핵심적인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은 2005년 보험형과 주식형 ISA를 통합한 후 2008년 예금형과 주식형으로 복잡한 체계를 단순화했고, 가입시한과 비과세 기간을 영구화했다. 예금형에서 주식형으로의 이전도 허용했다. 2010년에는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납입한도를 확대 적용했고, 이듬해 주니어 ISA도 도입했다. 이후 주식형에서 예금형으로의 이관 허용과 배우자로의 상속 허용과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 상속 ISA, 주택구매 목적의 ISA를 도입했다. 올해에는 ISA를 통한 P2P 대출 상품인 이노베이티브(Innovative) ISA와 계좌로부터 자유 인출을 허용하고 세제 불이익도 해소한 플렉서블(Flexible) ISA를 도입했다. 플렉서블 ISA는 증권형과 예금형, 이노베이티브형에 전체 한도 내에서 나눠 납입이 가능하며, 중도인출의 경우 기존에는 인출액 만큼 한도가 소진돼 세제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플렉서블 ISA 도입을 통해 동일 회계연도에 한 해 재납입을 허용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현재 금융회사가 기업과 연계해 근로자 납입금을 ISA 계정으로 자동 이체하는 직장(Workplace) ISA에 더해, 내년 4월에는 ISA를 은퇴자금 축적을 목적으로 발전시킨 라이프타임(Lifetime) ISA의 도입도 예정돼 있다.
다양한 목적성을 반영한 상품의 진화를 통해 영국의 ISA 시장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ISA 총 납입액 누적잔액은 7300억파운드 규모로, 이 중 예금형은 70%, 증권형은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8세 이상 인구의 47%(2160만명)가 ISA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가계 가처분소득의 20% 내외를 예금형과 증권형에 납입하고 있으며, 소액 자산계층은 금융자산의 41%, 중간 자산계층은 34%, 거액 자산계층은 18%를 ISA 상품으로 보유하고 있다.
송 박사는 “우리나라도 다양한 유형의 상품 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니어 ISA, 주택구입, 결혼, 교육자금 등 다양한 목적성 ISA 도입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제도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며 “필요에 따라 세제, 가입대상 등과 목적성 ISA 도입을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세제혜택 현실화와 가입사각지대 해소도 주문했다. 앞서 올해 3월 ‘국민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도입된 ISA는 납입한도가 연간 2000만원 이하로 묶여있고, 5년의 의무가입기간이란 제약에 더해 절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투자 수익의 20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송 박사는 “현재 가입금액 대비 세제혜택이 미미한데, 사실상 비과세상품이 아닌 저율분리과세 상품으로 봐야 한다”며 “가입최대금액(연간 2000만원)의 5년 운용 예금금리 혹은 저위험 ISA 수익률 수준으로 비과세를 확대하거나 세제혜택 금액제한을 폐지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시직근로자, 은퇴자, 주부 등 가입사각지대 해소와 소득증명 등 복잡한 가입절차의 간소화 등 편의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박사가 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영국·일본의 ISA 제도 발전과 시사점’을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권준상 기자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