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하는 인도 소비 시장을 잡기 위한 신시장 안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산층 확대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전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TV, 냉장고 등 전통 가전 뿐 아니라 정수기, 오븐, 공기청정기 등 소형 생활가전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6일 인도 전자제품 제조업체연합(CEAMA)에 따르면 2020년 인도 가전산업 시장 규모는 2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성장률은 ▲TV 20% ▲냉장고 10% ▲세탁기 8~9% ▲에어컨 6~7% 등으로 전망됐다. 소득 수준이 개선되며 가전 제품에 대한 수요 역시 꾸준히 늘고 있는 것.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인도의 막대한 잠재력을 잡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 잃은 영향력을 인도에서 회복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IHS 등에 따르면 중국 TV 시장에서 삼성, LG 등 한국산 제품 비중은 2014년 6.9%에서 올 3분기 4.5%로 하락했다.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모두 갖춘 현지 업체들이 급부상한 영향이다.
인도 가전 시장에서 비교적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포브스 인디아가 현지 컨설팅업체 트러스트리서치어드바이저리(TRA)의 조사 결과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인도 소비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브랜드로 LG전자가 선정됐다. 삼성 모바일과 모바일을 제외한 삼성 브랜드도 각각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도 델리의 전자제품 매장에서 LG전자 직원이 고객에게 현지 특화 제품인 '모기 쫓는 TV'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이를 기반으로 삼성과 LG는 현지 특화 제품을 선보이며 인도 소비자들의 마음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TV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인도 소비자들이 음악이나 영상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 좋아한다는 특성과 TV 시청 시 주변 소음이 상대적으로 큰 주거 환경 등에 착안해 '조이비트 TV'를 출시했다. LG전자는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등의 질병을 유발하는 모기 퇴치를 위해 모기가 싫어하는 초음파를 이용한 '모기 쫓는 TV'를 내놨다.
이 밖의 생활 가전 영역에서도 인도 소비자를 배려한 제품들이 다수 눈에 띈다. 삼성의 대표 세탁기 모델인 '액티브 워시'는 당초 애벌빨래를 빼놓지 않는 인도의 세탁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된 것으로 유명하다. 인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탄두리 로티와 난을 바삭하게 데워주는 전자오븐 '로티 앤 난'도 현지 특화 제품이다. LG의 '에버쿨 냉장고'는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인도의 생활 환경을 고려했다. 냉장실은 7시간, 냉동실은 10시간 동안 냉기를 유지할 수 있어 정전이 발생해도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아준다.
인도의 심각한 환경 오염 역시 기회 포착의 도구다. 지난 2014년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인도 정수기 시장에 진출한 LG는 올 1분기 기준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50% 이상 늘었다. 식수 공급 사정이 좋지 않은 인도의 상황을 반영했다. 현지 수질을 고려해 박테리아, 바이러스, 중금속 냄새 등을 없애주는 5단계 필터 시스템도 갖춰 인기가 높다. 내년에는 초미세먼지는 물론 이산화황·이산화질소 등 스모그 원인 물질까지 제거하는 '퓨리케어 공기청정기'도 출시해 날로 악화되는 인도의 대기오염에 대응코자 한다. 예일대학교의 공기오염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인도는 공기오염도에서 전체 178개국 중 174위를 차지했다. 수도 뉴델리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28로 베이징(81), 워싱턴(12)보다 월등히 높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