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신세계(004170)면세점이 편법을 동원해 꼼수 매출을 올린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 유학생과 국내 거주 외국인 등 무자격자를 가이드로 지속적으로 고용해 면세품을 불법으로 대량 구매시켜 매출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이 구매한 면세품들은 국내시장으로 다시 유입되거나 해외로 밀반출돼 관세포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특허를 획득한 신규 면세점 중 가장 높은 일 평균 매출(21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7일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이하 협회)는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앞에서 이 같은 내용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협회는 이날 규탄대회에서 지난 5월18일 개장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편법을 동원한 무자격 가이드를 지속적으로 등록시키는 등 불법적 영업을 이어가며 국내 관광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신세계면세점이 매출 늘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불법 대량구매과 무자격 가이드를 비호하며 한국 관광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리희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부회장은 "중국 유학생이나 국내 거주 외국인 등 불법고용된 무자격 가이드들이 면세점을 통해서 대량 구매한 제품들은 동대문, 신도림, 대림동 등으로 흘러가 방한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SNS 등을 통해 재판매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신세계면세점이 가이드들에게 발급해주는 VIP 할인카드 등을 통해 일반 면세가보다 10~30% 더 저렴하게 구입해 이익을 남긴다"며 "면세품 재판매는 관세법을 위반하는 행위지만 신세계면세점은 매출규모를 키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묵인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처럼 불법 무자격 가이드를 동원한 여행사를 통해 인기 화장품 등 면세품을 대량 구매하는 행위 때문에 정작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구매하고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또 무자격 가이드들이 대량구매를 일삼고 있지만 이 같은 불법 구매분에 대해서도 관광객 유치와 판매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계면세점이 지난 6월과 7월 이 같은 행태에 대한 재발방지를 약속한 공문을 두차례에 걸쳐 발송했지만 현재까지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게 협회 측의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신세계면세점이 현장에서 무자격 가이드를 편법으로 등록시켜주는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과 불법 구매된 면세품들이 창고에 쌓여서 반출되는 장면 등이 담긴 사진 등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제보자 보호를 위해서 공개하지 않았지만 법적 문제가 되면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세계면세점은 과도한 인센티브 지급으로 인해 매출을 많이 올려도 영업손실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를 낳게 되고, 정식 관광 가이드들은 송객수수료를 과도하게 받는다는 불명예스러운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 측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17일 예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선정에 감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를 후보지로 시내면세점 신규특허에 도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면세점 측은 운영 초기 가이드 등록 과정에서 일부 혼선을 빚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면세품 대량구매 조장 등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이라며 선을 그었다.
신세계DF 관계자는 "불법 가이드 직접 고용, 면세품 대량구매 등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오픈 초기 가이드 등록 과정에서 단체관광객 쇼핑 불편을 방지하기 위해 구비서류가 누락된 일부 가이드에게 추후 제출을 전제로 등록해줬는데, 이들 중 일부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자격을 얻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문제가 된 무자격 가이드들은 오픈 초기 등록된 가이드 중 일부로, 신세계면세점은 구비서류 미비 가이드에게 메일이나 문자로 서류제출 요청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불법 가이드 근절과 관광시장질서 준수를 위해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요청에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소속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