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정치 리스크 커지면 2% 초반"

KDI, 2.7%에서 2.4%로 하향……"필요시 추경·금리인하로 완충해야"

입력 : 2016-12-07 오후 3:57:10
[세종=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 2.7%에서 2.4%로 내려 잡았다. 이는 대통령 탄핵 정국 등의 정치적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2%대 초반까지도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7KDI는 이 같은 내용의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DI는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발표치와 같은 2.6%, 내년 성장률을 0.3%포인트 낮춘 2.4%로 내다봤다. 이는 정부·국제통화기금(IMF 3.0%), 한국은행(2.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보다 낮은 수치다.
 
KDI는 내년 세계경제가 완만한 성장률을 지속할 것을 전제했다. 또 국제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48달러 내외를 기록해 올해 대비 17% 정도 상승하고, 환율도 올해와 대체로 비슷하게 유지될 것으로 봤다.
 
다만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파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배제했다. 향후 국내 정치 불안이 어떻게 전개될지 사전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일각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대외 여건의 급작스러운 변화가 없다면 대내 여건으로만 1%대 성장률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치혼란이 얼마나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냐가 중요한데 길어질수록 부정적 영향이 커져 2%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얘기다. 가계는 예비적 저축을 늘리고, 기업은 의사 결정을 지연시켜 소비와 투자를 모두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KDI는 성장뿐 아니라 낮은 물가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저물가 지속이 내후년까지 물가 상승 모멘텀을 잃게 할 수 있는 위기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낮았고 작년과 올해는 유가 하락으로 더 낮아졌는데 5년 가까이 물가가 안정목표를 하회하고 있다""낮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마이너스 수요 압력도 축소되지 못해 내년 유가상승의 영향이 반영돼도 1.3%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이 같은 이유로 내년에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의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재정확대와 추가 금리 인하로 성장률 하락을 완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 동안 재정건전성을 중시했던 KDI가 재정 확대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내외 여건을 고려했을 때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잡은 2.4%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만큼 완충장치로 재정정책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그는 "다행히 올해 세입 여건이 좋아 재정 부담과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상당히 작다""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라는 정책공조를 통해 경제주체에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우선적으로 재정집행률을 끌어올리고, 4분기와 내년 1분기 경기흐름을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내년 상반기라도 충분히 추경 편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제언이다. KDI는 올 4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0%로 보고 있다.
 
다만 가계부채 등 거시건전성 규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가계부채의 양과 질 관리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강화해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위험요인은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내외 여건 변화로 가계소득이 하락하고 대출금리가 상승할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어 DTI 규제를 현 수준보다 강화해 추가적인 부실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특히 KDI는 20148월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 이후 LTV 비율이 60%를 초과하는 가구의 비중이 크게 높아져 이들 가구의 체계적인 원리금 상환 유도와 추가 대출에 대한 심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KDI는 최근 조선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실직이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철강 및 석유화학 등 여타 취약산업에서도 실직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높게 봐 실업률도 올해 3.8%보다 높은 3.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성태 박사는 실업계층 사회안정망을 보강하는 데 재원을 활용한다면 현재 불확실성으로부터 사회통합을 이뤄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개인의 경제활동과 이동성을 증진하고 탈락자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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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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