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지역을 떠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소상공인들의 겨울나기가 어려워졌다. 현행법상 임대료 상승 상한제 등을 두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사업체의 86.4%가 소상공인이며, 이들 중 90% 이상이 월세로 점포를 운영하는 영세 사업자다. 소상공인은 도소매업과 서비스업 등은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제조업·광업·건설업·운수업의 경우 10인 미만의 기업으로 정의된다.
운영자금이 빠듯한 상황에서 임대료 폭탄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상권에서 퇴출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마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소상공인들의 손익분기점 도달 기간은 통상 2.9년이다. 상권이 급격히 활성화된 지역의 경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전인 1~2년 사이 건물 임대료가 급상승해 점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서울 홍대 인근, 연남동, 북촌, 서촌, 경리단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홍대 상권의 임대료는 5년 전과 비교해 30% 이상 상승했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난 자리는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채웠다.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도 마찬가지. 최근 '뜨는 동네'로 알려지면서 120여곳에 이르는 점포마다 매출이 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임대료에 대한 고민도 크다. 상권 활성화의 주역들이 떠날 경우 카페거리의 특색도 사라지게 된다. 우경수 상가번영회장은 "각 상점마다 특색을 갖춰 프랜차이즈와는 차별화를 뒀다. 자연적으로 상권 내에 프랜차이즈도 들어서기 어렵게 됐다"면서도 "법적 보호망이 없어 향후 임대료 상승시 점포들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법에서는 임대료 증액 상한을 연 9%로 제한하고 있지만, 일정 보증금 이하일 경우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한 환산보증금이 서울의 경우 4억원, 지방은 1억8000만원 이하에 한해 상한제가 적용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적용되는 환산보증금액이 현재 서울 및 수도권 과밀지역에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지역별로 좀 더 세밀하게 책정할 필요가 있다"며 "민·관의 자율적인 협약을 통해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는 ‘자율상권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6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임대료 인상률도 현행 최고 9%에서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의 2배의 범위 안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이 고시하는 비율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홍대 상권의 임대료는 5년전과 비교해 30%이상 상승했다.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