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헌법재판소가 첫 재판관 회의를 열고 ‘국정 농단’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헌재가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안에 쓰여 있는 탄핵소추사실 13개 모두를 심리할 계획이라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탄핵심판 장기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박 대통령 측에게 유리하게 판이 짜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헌재 관계자는 12일 오전 열린 재판관 회의 내용을 전하면서 “탄핵심판 전 변론준비를 효율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준비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준비절차는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없었던 절차로 헌재는 신속한 변론을 목표로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 준비절차에 착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쟁점이 많을 때에는 준비절차에 들어간다”며 “당사자를 불러서 심판 청구서에 기재된 중복된 쟁점을 정리하고 조율하는 절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일부 위헌여부만 먼저 심리한다는 내용은 잘못된 보도”라고 강조했다.
국회가 의결한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헌법위반 9개, 특정범죄가중법 등 현행법 위반 4개 등 총 13개가 탄핵소추사실이다. 특히 헌법 10조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 위반 사유인 ‘세월호 7시간’ 부실대응 의혹은 제대로 된 조사 자체가 이뤄진 적이 없어 헌재가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 준비절차에서 당사자간 협의가 안 되면 심리를 전부 할 수밖에 없다는 게 헌재 견해로 탄핵심판 장기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많은 법률가들은 탄핵소추사실 일부만 인용돼도 나머지 사유는 보지 않고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헌재는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안이 타당한지 여부만 판단하면 된다. 검찰 수사자료도 있어 헌재가 집중적으로 (탄핵소추사실 모두를) 심리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밝힌 헌재의 입장이 원론적인 수준의 견해로 봐야한다는 해석이다.
한편 헌재는 12일자로 국회와 법무부를 이해관계인으로 지정한 뒤 탄핵심판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국회는 탄핵소추안 발의와 표결을 거친 기관이고, 법무부는 박 대통령·최순실씨 등에 대한 수사를 맡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를 지휘한 곳이다.
또 헌재는 박 대통령이 답변서를 제출하면 증거조사를 맡을 수명재판관을 다음 주 중에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수명재판관은 탄핵심판 준비절차를 전담하는 재판관이다. 박 대통령 사건에서는 2~3명 규모로 결정될 방침이다. 탄핵심판 티에프(TF)도 헌법연구관 20여명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재판관 8명이 모여 첫 재판관회의를 열었다. 남미 출장 중인 김이수 재판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탄핵심판은 굉장히 중대한 사건이고 절차의 공정성 또한 중요하다”면서 “신속한 결정을 요구받고 있는 것도 재판관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지난 9일 본회의에서 재적인원 300명 중 찬성 234표로 가결됐고,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배보윤 헌법재판소 사무처 공보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관련 재판관 전체회의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