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3개월 전 미국펀드 환헤지형에 가입한 직장인 이예윤(37)씨는 이 펀드의 0%대 수익률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같은 펀드 환노출형 펀드 수익률이 5%를 넘어서는 것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환노출형 펀드는 투자대상 국가 통화가 강세일 때 환율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는데 최근 3개월 전후로 원화 대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최근 환율의 등락이 커지면서 해외펀드 투자자들의 환율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 미국 주식시장은 사상최고치를 기록 중인 가운데 일본과 유럽 주식시장은 환율 약세에 따른 수출기업 수혜 기대감에 오르고 있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유가 상승에 러시아도 상승세다. 반면 위안화 약세를 거듭 중인 중국본토펀드는 자본유출 우려에 연일 하락하며 희비가 엇갈린다.
1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일 기준 국내 출시한 36개 북미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3.3%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환헤지형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0.2%였던 반면 환노출형 상품인 4.7%로 2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 기간 달러인덱스가 6.0% 넘게 오르면서 환율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펀드 성과 차이로 이어졌다. 실제 미국이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고 내년에 세 번의 추가 인상을 시사하면서 달러 인덱스가 103.1포인트로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이 1183.9원, 엔달러 환율이 118.3엔으로 상승하는 등 환율의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다.
홍콩H주펀드의 경우에도 환노출형 펀드가 환헤지형 대비 평균 4.2%포인트 높은 수익을 냈다. 그러나 엔화 절하 폭이 컸던 일본의 경우 반대로 환노출형 펀드 수익률이 환헤지형보다 6.3%포인트 낮았다. 유럽의 경우에도 환헤지형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본토펀드 환헤지형은 위안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환손실이 발생한 반면 환노출형 펀드는 원화 대비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환이익이 발생했다. 개별 펀드에서는 차이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증권자투자신탁' 환헤지형이 지난 3개월 -4.6%를 기록한 동안 환노출형은 0.1% 손실을 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환율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쉽지 않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투자 국가의 통화를 실질적으로 헤지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펀드는 환헤지형을, 달러화 대비 이머징 통화를 헤지하기 어려워 반쪽짜리 헤지가 될 수밖에 없는 이머징펀드는 환노출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진단이다.
문수현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선진국의 경우 환헤지로 인한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환율 변동성을 제거할 수 있고 이머징의 경우 원화가 달러보다 이머징 통화와의 상관관계가 더 높다는 점에서 변동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환율의 등락이 커지면서 해외펀드 투자자들의 환율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