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애플이 인도에 아이폰 제조 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선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지난달 인도 정부에 현지 생산 계획안을 전달하며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묻는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사진/신화·뉴시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인도 정부에 현지 생산 계획안을 전달하며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묻는 서한을 보냈다. WSJ는 인도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애플이 중국에서 활용한 모델을 인도에서 적용하려고 한다"면서 "정부에 금융 인센티브도 요구하고 있고, 관련 부서가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5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보여준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팀 쿡은 지난 5월 인도 ND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도 내 제조 공장 설립 의사 질문에 "현 시점에서 계획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고 답하며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애플이 인도 제조 공장 설립과 관련해 태도를 바꾼 것은 시장 규모 때문이다. 12억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최대 소비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내년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은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부상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는
삼성전자(005930)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애플은 0.9%에 불과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애플이 인도 시장에서 유독 맥을 못 추리는 것은 저가 모델이 없는데다 현지 생산 시설도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샤오미 등 경쟁업체들은 인도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생산 시설 외에도 내년에 공장 증설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9월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3500억원 규모의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대만 홍하이그룹도 인도에 4개의 생산 공장을 두고 샤오미·오포 등 중국업체가 위탁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에 애플은 1월 인도에 직영 판매점을 개설하려고 했지만, 외국 기업이 인도에 단일 브랜드 소매점을 개설하려면 부품의 30%를 자국에서 조달토록 하는 규정 때문에 좌절된 바 있다. 이번에 애플이 인도 현지에 공장 설립을 통해 생산체제를 갖춘다면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WSJ는 인도 정부도 애플 유치에 적극적이라면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경제발전을 위해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