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사 없는 글로벌 전략회의 마쳐…'전략' 보다 '반성'

"자리 확신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 전략 수립 어려워"

입력 : 2016-12-21 오후 3:23:21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삼성전자가 3일 동안 진행된 글로벌 전략회의에 마침표를 찍었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계획을 세우는 중요한 자리지만 내년도 인사를 단행하지 못한채 진행해 내년 전략 보다는 올해의 반성쪽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부터 3일 간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주요 경영진 및 임원, 해외 지·법인장 등 각 사업본부 핵심인력 500여명이 참석하는 행사다. 특히 12월 회의는 새로운 인사와 함께 내년도 사업전략을 짜는 자리라 가장 중요한 연례 행사로 꼽힌다.
 
통상적으로 삼성은 매년 12월 초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새로운 임원진을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삼성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미뤄지기 시작했다. 당초 연말에는 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미래전략실 해체와 삼성전자 인적분할 등 대규모 조직개편도 예정되면서 정기 인사는 무한 연기되는 모습이다. 
 
인사를 기다렸다 회의를 진행하기에는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을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다는 판단 하에 회의를 진행한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달고 경영전면에 나선 후 첫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검이 시작되는 시점에 인사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올해 주요 현안들을 점검하고 내년 사업 전략이라든가 유통전략, 마케팅 전략 등은 수립해야하기 때문에 일단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보니 구체적인 향후 전략 수립 보다는 올 한해 반성과 현안 점검에 더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또 다른 관계자는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며 "정기 인사도 문제지만 각종 문책성 인사에, 미전실 해체와 전자 인적분할 등에 따른 대규모 이동까지 예상돼 모두 자기 자리에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략회의는 이 부회장의 부재 속에 각 사업부 사장이 주요 현안과 방향성 등을 제시하고, 소규모 사업별 토론을 거친 후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통합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19일 스마트폰 부문(IM) 회의는 신종균 IM부문 총괄 대표가 주관하고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파악 현황과 향후 대응책, 차기작인 갤럭시S8 출시 등에 대해 논의했다. 갤럭시S8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10월 삼성전자가 AI 플랫폼업체 비브랩스를 인수한 만큼 AI에 대한 논의도 비중있게 이뤄졌다.
 
지난 20일에는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총괄 대표 주재로 TV 및 생활가전 관련 회의가 진행됐다. 우선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개막을 앞두고 관련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미국 퀀텀닷 기술 기업인 QD비전과 미국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데이코 인수를 통한 시너지 등도 언급됐다. 매년 심화되는 사물인터넷 시장 경쟁에 대한 준비 상황도 점검했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가전부문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출 대응책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21일에는 반도체 등 부품을 포함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회의가 권오현 부회장 주재로 이뤄졌다. 반도체 산업 호황 속에서 3D 낸드와 D램 시장지배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키로 하고, 평택 공장 가동 등 설비 투자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또 신사업인 자동차 전장산업의 경우, 아직 조직이 갖춰지지 않아 주 논의에서 제외됐지만 하만 인수건을 잘 마무리하자는 선에서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문별 사업 목표가 특별한 변수 없이 달성될 경우, 내년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은 30조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와이즈리포트가 증권사 실적전망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은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이상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며 디스플레이(DP)에서 별도로 1조원, IM 2조원, CE 8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기조가 이어진다면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은 27조9585억원, 내년에는 34조4489억원도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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