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첫 타깃은 '삼성'…뇌물죄 정조준

박상진·장충기 사장 잇따라 '접촉'…대가성 유무 집중 확인

입력 : 2016-12-20 오후 4:51:05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첫 공식 타깃은 삼성그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에 이어 20일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을 제3의 장소에서 접촉해 조사했다.
 
특검 관계자에 따르면 특검은 준비기간 20일 동안 이번 사건 관련자 총 10여명을 접촉해 사전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들을 상대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에서 조사한 사항 중 추가조사가 필요한 내용을 집중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만난 관련자 중 대다수가 기업인이며, 이 가운데 삼성그룹 관계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이 준비기간 20일 동안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집중 조사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포괄적 뇌물죄 또는 제3자뇌물수수죄 적용을 위한 사전 다지기 조사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은 검찰 특수본 조사 결과 박 대통령과 뇌물혐의로 직접 묶일 수 있는 여러 정황이 가장 많이 포착된 기업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기부한 53개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총 204억원을 지원했으며, 최순실(60·구속 기소)씨와 딸 정유라(20)씨 소유의 독일 법인 비덱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동안 정씨의 말 구매, 승마 경기장, 전지훈련 등을 위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상당기간 제기됐다.
 
특검은 삼성그룹 자금이 재단과 정씨, 최씨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장 사장이 총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승마협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 사장 역시 지난해 독일에서 최씨를 직접 만나 삼성그룹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 특검은 장 사장과 박 사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결국 이 사건 정점에 이재용 부회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 외에도 미르재단 등과 최씨 모녀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대가로 받았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애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수익성이나 형평성 면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난항을 겪었으나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뒤 국민연금의 지원으로 전격 성사돼 여러 해석이 나왔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0일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경제수석, 정호성(47) 청와대제1부속실 비서관)을 구속 기소한 뒤 재단 설립 출연자금 기부 등을 두고 박 대통령과 재벌들 간 뇌물죄 성립 규명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뇌물죄의 신분적 연결고리인 박 대통령이 특수본 수사에 불응한데 이어 특검법이 발효되면서 끝을 맺지 못했다.
 
특검은 수사를 넘겨받으면서 박 대통령과 재벌들간 뇌물혐의 수사를 가장 핵심 목표로 두고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시기는 삼성그룹 등 재벌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으로 전망된다. 박 특검도 최근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가급적 한번으로 끝낼 것”이라며 “그때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외에 박 대통령과의 뇌물죄 선상에 오른 기업은 SK와 롯데그룹이다. SK는 재단 출연금 지원 대가로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광복절 특별 사면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 있고, 롯데는 면세점 지정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검은 준비기간 만료일인 21일 오전 9시 서울 선릉역 인근에 있는 대치빌딩 특검사무실에서 간단한 현판식을 갖고 공식 수사를 시작한다. 박 대통령과 최씨, 재벌간 뇌물혐의 조사를 위한 강제수사도 현판식을 전후로 실시될 전망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가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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