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23일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대선전 개헌론자인 인명진 목사(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를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했고, 국민의당은 아예 당론으로 즉각 개헌추진을 결정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저는 당의 혁신과 함께 대한민국의 국가시스템을 재설계하는 개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며 “국회와 정치 지도자들이 사심을 갖지 않고 의지만 갖고 있다고 한다면 개헌 작업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국민적 동의도 충분히 얻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만간 설치될 국회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최대한 조속한 시일 내에 구체적 개헌 작업에 착수해야한다”며 “두 야당, 특히 문재인 전 대표의 적극적 자세 전환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철우 정보위원회 위원장도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 제도가 잘못됐기 때문에 어느 대통령을 뽑아도 불행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일부에서만 반대하는 것 같은데 함께 개헌해서 촛불민심을 개헌으로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 원내대표는 이날 당의 개혁을 이끌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내정했다. 인 내정자는 “개헌할 뜻을 가진 사람을 다음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공언하는 적극적인 개헌론자로, 취임 후 당의 개혁과 개헌 과정을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은 즉각적인 개헌 추진과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다만 조기대선 일정상 대선 전 개헌이 어렵다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국회의원 연석회의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에서는 개헌을 즉각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만약 대선 전에 개헌이 통과되지 않으면 대선 후에라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당은 ‘국가 대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산하에 ‘개헌분과’와 ‘조기탄핵·반패권·반수구·개혁정권 수립을 위한 분과’를 설치하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개헌에 따른 권력구조 개편 방향을 “상당수 의원이 분권형을 선호했다.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 직선제를 원하고 내치를 총리가 하는 게 좋지 않느냐”면서도 “구체적 안에 대해서는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앞으로 국가 대개혁위원회에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는 회의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나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도 헌재 결정이 언제 날지 몰라 대선 전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현실적으로 대선 후로 못 박자”고 발언해 대선 전 개헌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안 전 대표도 끝까지 듣고는 개헌 즉각 추진 당론에 동의했다. 당론에 충실하게 노력할 것”이라며 “대선 전에 안 된다고 확실히 못 박은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원내교섭단체인 국민의당이 조속한 개헌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정치권내 개헌 논의는 더욱 뜨거워 질것으로 보인다. 또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추진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개헌은 필요하지만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 전 대표는 “일부 정치인들이 개헌을 매개로 연대, 제3지대, 정계개편을 말하는 것은 다 정치적 계산”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말하는 것이나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가 말하는 것이나 다 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심판받아야 할 정치세력이 그런 방법을 통해 다시 집권을 연장해 나가려는 의도가 다분히 포함돼 있어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위원회의’(대표 이주영, 개헌추진회의)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초정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