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흡연과의 전쟁'을 선포한 보건당국이 23일부터 담뱃갑에 흡연경고그림 삽입을 전면 도입한 가운데 과거 기대하는 금연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 의문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보건복지부와 담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반출되는 담배부터 겉면에 흡연경고그림이 삽입된다.
이번에 도입되는 10종의 흡연경고그림은 혐오성 지적에도 불구하고 적나라한 구강암과 얼굴 없는 가족사진 등을 담아 담뱃갑 포장지 앞면과 뒷면 상단에 면적의 30%를 넘는 크기로 부착된다.
담배업계는 경고그림 삽입에 따른 소비자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담배 업계는 "정부 정책인만큼 따라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담배 판매율 하락을 내심 걱정하는 모습이다.
담배 업계 관계자는 "담뱃갑 경고그림에 대해 정부가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해놓은 상황이어서 우리로서는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나타낼 지 지켜본 뒤 대안을 생각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서 담뱃갑 경고그림을 통한 흡연율 감소는 평균 4.7%p에 달한다. 하지만 '경고그림이 지나친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법 규정 등을 고려하면 기대하는 담배 판매량 감소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담뱃값 인상 당시처럼 일시적인 흡연율 감소는 있겠지만 결국 자연스럽게 담배 판매량이 회복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2014년 43억6000만갑이던 연간 담배 판매량은 담뱃값 인상이 단행됐던 지난해 33억3000만갑으로 떨어졌지만, 올해는 37억여 갑으로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사실상 실패한 금연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경고그림 삽입 역시 금연 확대에 대한 기대감보다 우려감이 더 높아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과거 전자담배 열풍처럼 담배케이스 확산 등 새로운 논란거리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비오 담배소비자협회 정책부장은 "담배 인상 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있을때마다 경고그림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 담뱃세 인상 정책이 실패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고그림을 넣는다고 원하는만큼 흡연률이 줄어들지도 않는다"며 "미국 식품의약국도 5년 전 담뱃값 경고그림이 흡연율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0.088%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한 편의점에서 흡연 폐해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배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