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연말이 다가올수록 각종 부동산 지표의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부동산 대책 발표에 이어 잇따른 대출 규제 방안이 나오면서 투자 수요와 실수요 모두 위축된 탓이다. 내년 대규모 입주까지 앞두고 있어 공급과잉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올해 한국경제를 이끌며 승승장구 했던 부동산 시장은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공급과잉 세 가지 악재를 동시에 맞으며 갈수록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
시중은행에 이은 제2금융권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막히면서 주택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특히 모든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 능력까지 따져보는 총 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이 적용되면서 개인 대출 잔액이 큰 폭 감소한 데 따른 부담이 컸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지난달 전국 주택시장(매매+전세) 소비심리지수는 114.6으로 전달 대비 10.6p 하락했다. 강남3구 재건축 단지가 직격탄을 맞은 서울은 115.5로 올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시장(주택+토지) 소비심리지수와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도 각각 10.0p, 13.4p 떨어졌다.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지난달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았다는 응답 비율이 49.4%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충북(75.6%), 대구(74.8%), 충남(69.1%), 울산(65.8%), 경북(63.1%) 등 지방 도시는 매도자가 많았다는 응답이 60%를 넘는 곳도 많았다.
이와 함께 역대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치솟던 집값도 가파른 상승세가 꺾이며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고, 급증하던 주택 매매 거래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19일 기준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상승에서 이번주 보합으로 전환됐다. 서울은 강남권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지난 3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상승에서 보합으로 전환됐다.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지난달에 비해 12.7% 줄었다. 지난달 하루 평균 369건에서 이달 322건으로 47건 감소했다. 전매제한 등 가장 강한 규제를 받은 강남3구가 감소세를 견인했다. 서초구가 지난달에 비해 40% 감소한 데 이어 송파구는 23.1%, 강남구는 9.5% 아파트 거래량이 줄었다.
한편 내년에도 금리인상, 대출규제, 공급과잉 등 3가지 악재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기준 금리 인상 압박이 심화되고 있고, 내년부터는 대출 규제도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
내년 1월 1일 이후 분양되는 아파트는 집단대출 중 중도금뿐만 아니라 잔금 대출에도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가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원칙이 적용된다.
또 내년 3월부터는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될 예정이다. 7월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종료돼 주택구입에 따른 자금난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부동산 대책 이후 잇따른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그리고 공급과잉 우려가 겹치면서 각종 부동산 지표의 하락 폭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 단지 전경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