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오는 27일 '국정 역사교과서 학교 현장 적용여부 발표'를 앞두고 전국의 역사·역사교육 학자와 대학원생 1579명이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164개 대학·164개 역사 관련 학회(단체) 소속 역사·역사교육 학자와 대학원생 1579명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중단하고 국회도 국정교과서 금지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고 민주주의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일"이라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자신들만의 정파적 필요에 따라 국정교과서를 추진했고, 이는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국정 농단의 하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장 검토본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집필에 참여하지 않은 조건에서 졸속으로 작업돼 교육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수준 미달"이라며 "이같이 부당한 절차와 방법으로 만들어진 부실한 내용의 역사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역사학계 교수들은 고등학교 국정교과서에서만 선사고대 131건, 고려 47건, 조선 91건 등 서술상의 문제가 총 269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송양섭 고려대 교수는 "전근대 부분은 명백한 오류나 부정확한 내용, 이미 통용되지 않는 오래된 학설 등이 여과 없이 수록돼 있다"며 "관점이나 사관의 문제를 떠나 필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서술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오는 27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의 의견수렴 결과와 향후 현장 적용 방침에 대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온라인에 공개한 이후 지난 23일 자정까지 의견을 수렴해 왔다.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국정교과서 의견제출 최종 건수는 총 3807건으로 집계됐다. 교과서 내용에 대한 의견이 1630건으로 가장 많았고 오탈자 67건, 이미지 31건, 비문 13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반 의견은 기타(2066건)로 분류됐다.
교육부는 당초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해 내년 1월까지 최종본을 완성하고, 내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보급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폐기 압박이 커지며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교육계 안팎에서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시행 '1년 유예'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정교과서 실무책임자인 박성민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지난 22일 새누리당 주최로 열린 국회교과서 토론회에서 "국정교과서 적용이 금방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지난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정교과서 찬성 여론이 30% 이상, 반대 의견이 60% 이상"이라며 "내년 3월 신학기에 역사 교육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고심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1년 유예안은 절차상 별도의 국무회의 의결 없이 장관 고시만으로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가 '즉각 철회'를 결정하지 않고 ‘1년 유예’ 방안을 내놓는다면, 스스로 내려놓아야 할 짐을 타인에게 떠안기는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국민들의 분노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준식 부총리에 대한 탄핵 요구로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가 촛불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용기 있게 즉각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11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를 비롯한 전국 대학 역사·역사교육 교수들이 역사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