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자영업자들이 생존의 기로에 내몰렸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에 매출은 떨어지고, 빚과 임대료 부담은 높아지면서 희망은 절망이 됐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폐업 등으로 문을 닫은 소멸기업(1년간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기업 포함)은 2014년 기준 77만7000개로, 2013년보다 11만2000개가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제는 소멸기업의 80%가 먹고살기 빠듯한 영세 자영업자라는 데 있다. 2014년도 소멸기업 가운데 연매출 5000만원 미만의 사업자는 79.5%에 달했다. 전년보다 3.6% 늘었다.
자영업자의 몰락은 소비 둔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10월보다 6.1포인트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94.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2015년 장기 평균치를 기준(100)으로, 이보다 높으면 소비자심리가 낙관적이며 반대는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경기 불황에 악재까지 겹치면서 영세업자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소상공인연합회가 3000개 전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올해 매출액이 감소한 소상공인은 55.2%로 나타났다. 매출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 72.6%가 '경기침체'라고 답했으며,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상당수가 김영란법 시행을 꼽았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의 매출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김영란법 시행후 소비 위축이 우려됐는데 시행 2~3개월이 지나면서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치솟는 임대료도 영세업자들의 목을 죄고 있다. 자영업자 가운데 90% 이상은 월세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홍대 인근, 북촌, 경리단길 등 소위 '뜨는 동네'는 임대료 폭탄에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외곽으로 터전을 옮긴 지 오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3분기 서울 소재 상가 평균 임대료는 2분기 대비 9.3% 올랐다. 북촌 상권의 경우 19.3%까지 상승했다. 관광객 수요와 함께 기존 수요가 맞물리면서 유동인구가 많아지자 임대료가 급등한 것이다. 임대료 상승은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보탰다.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자 자영업자들의 부채도 불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50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332조8000억원에 비해 17조5000억원 늘었다. '매출감소→대출→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늪에 갇혔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며 "현재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는 ‘자율상권법’ 제정을 건의 중에 있다. 이밖에도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