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1년 연기하고 국검정 혼용키로

내년엔 희망 학교 시범 적용···일부 교육청 등 "즉각 폐기해야"

입력 : 2016-12-27 오후 2:09:11
[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의 전면 적용 시기가 오는 2018년으로 연기됐다. 적용 여부를 다음 정부에 넘기게 된 만큼, 국정교과서는 사실상 폐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적용 방안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2017학년도에는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주 교재로 사용하고, 다른 학교에서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국정교과서 폐지에 대한 의견도 있지만 적지 않은 국민이 긍정 평가도 해주고 있어 그런 부분을 함께 고려해 국검정 혼용 결정을 했다"며 "여러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안정적인 역사교육이 이뤄지는 방안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연구학교로 지정된 일부 학교에서 현재 검정교과서와는 다른 교육과정이 적용된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수능은 2009 개정교육과정과 2015 개정교육과정의 공통 범위내에서 출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중·고교 역사교과서 적용시기를 1년 늦추는 내용으로 교육과정을 다시 고시하고, 2018학년도에는 각 학교가 국정교과서와 새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검정교과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현행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는 검정도서의 개발기간이 1년 6개월이라고 돼 있으나 이 역시 1년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에 사용할 검정교과서 재주문, 국정교과서 수요 조사 등 필요한 행정 조치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일부 교육청 등은 국정교과서의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부산교육청은 "국정교과서 적용시기를 1년 유예할 것이 아니라 교육부 고시를 철회하고, 반헌법적이고 비민주적인 내용들이 포함된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할 것"을 주장했다. 
 
충남교육청도 "국·검정 교과서 혼용 방안 역시 학생 혼란만 가중시킬 뿐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역사 국정교과서는 다른 대안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으며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전날 "교육부가 '즉각 철회'를 결정하지 않고 ‘1년 유예’ 방안을 내놓는다면, 스스로 내려놓아야 할 짐을 타인에게 떠안기는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국민들의 분노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준식 부총리에 대한 탄핵 요구로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가 촛불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용기 있게 즉각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운영하고 국·검정 혼용 체제를 도입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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