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2016년 제약업계는 악재로 고전한 한해였다. 올해 제약업계 키워드는 신약 임상 실패와 기술수출 계약 해지로 꼽힌다. 연초만 해도 제약사들이 연이어 기술수출을 성사시켜 지난해에 이어 해외진출 기대감을 이어갔다. 하지만 하반기
한미약품(128940) 기술수출 계약 해지 파문으로 제약산업은 단숨에 거품론이 일며 침체됐다. 산업 육성 의지가 식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올 상반기에만
SK케미칼(006120),
대웅제약(069620), 셀트리온 등이 개발한 토종신약 3개가 의약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허가를 승인받아 기대감이 커졌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제약산업이 출현한 1950년대 이후 2015년까지 미국 진출에 성공한 토종신약은 3개에 불과했다. 글로벌 임상을 추진하고 있는 토종신약이 다수여서 하반기에도 2~3개 제품이 미국 진출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하반기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해지 논란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 10월 베링거인겔하임은 내성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의 한미약품에 권리를 반환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한미약품과 지난해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판권 계약을 8500억원 규모에 체결한 바 있다.
내부자 주식거래와 '늑장 공시' 의혹이 일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됐다. 한미약품은 10월29일 장마감 후 제넨텍과 1조원 기술수출 계약을 공시한 다음날 오전 9시29분 베링거잉겔하임과 항암제 라이선스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장전에 공시를 할 수 있었음에도 계약 해지 공시가 지연된 경위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 주식거래를 한 관련자 45명이 적발했다. 이들이 33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올린 사실도 드러났다.
업계에선 제약업계 R&D가 위축될지 우려하고 있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는 복제약과 내수 시장에서 신약과 해외수출로 사업 형태가 변화하는 분기점에 서 있다는 평가다. 국내 제약 업력은 120여년에 달하지만 국산신약은 27개에 불과하다. 글로벌 신약도 전무하다. 국내 제약 시장은 전통적으로 복제약과 내수 영업 위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 성장률 둔화로 해외진출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한미약품 기술수출이 국내 제약사의 인식 변화에 계기가 됐다. 실제 지난해 상위 제약사의 연구개발(R&D)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약품의 초대형 계약은 국내사들도 글로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높였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과 해외진출을 화두로 내세우고 매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한미약품 사태로 R&D에 주력하자는 고무된 분위기가 꺾였다"며 "공격적인 투자에서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자는 보수적인 시각이 많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올해는 제약업계가 겪은 성장통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난해가 제약업이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면 올해는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로 나아가는 경험과 자산이 되는 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윌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기술수출 취소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