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적인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16곳이 신규 상장했다. 공모금액은 2010년 후 최대치인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공모 규모 역대 2위 수준의 삼성바이오로직스(2조2500억원)도 입성했다. 코스닥시장엔 82곳이 2조2000억원 규모로 상장, 금액 기준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공모주들의 주가는 아쉬움을 남겼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상반기 상장 기업들의 첫날 종가는 공모가보다 39.96% 올랐지만, 하반기에는 공모시장이 위축되면서 공모가 수준에 그쳤다. 전체 상장기업의 주가는 지난해 말 기준 공모가 대비 8% 가량 떨어졌다.
IPO 일정 차질 역시 투자자들에겐 부담스러운 요소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과 함께 올해 대어급 IPO로 주목받은 호텔롯데는 그룹의 검찰수사 여파에 6월 상장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당초 최대 5조3000억원의 대규모 공모를 추진했던 터라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종목의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산밥캣도 한 차례 일정을 연기한 끝에 11월18일 상장했다.
상장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도 있었다. 지난해 5월11일 유가증권시장에는
해태제과식품(101530)이 상장했다. 1945년 설립된 구 해태제과의 '제과사업 부문'을 영업양수해 2001년 신설한 해태제과식품은 지난 2014년 허니버터칩을 히트 시키며 상장 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상장 첫날부터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한편에선 일부 옛 해태제과 소액주주들이 해태제과식품에 주주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며 한국거래소 앞 장기 농성을 이어갔다.
코스닥의 경우 공모금액 기준 2000년 이후 최대치였지만, 스팩(SPAC) 상장이 줄어든 탓에 상장 기업수는 지난해(122곳)에 크게 못미쳤다. 유가증권시장과 같은 일정 변수도 있었다. 심사 승인을 받고도 연말 공모시장 악화와 스팩합병 과정을 이유로 상장 일정을 연기한 기업이 29곳이다.
한국거래소는 주관사 대상 IPO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코스피에 약 20곳이 상장할 걸로 내다봤다. 코스닥본부 역시 전체 신규 상장 기업수가 지난해보다 많을 것이라 강조한다. 하지만 IPO 기업 수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시장의 질적 수준이다. 매년 거듭되는 연말 IPO 쏠림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올해는 IPO 시장의 한 단계 높은 질적 성장을 기대한다. 우량기업의 상장 후 새로운 도약과 유망 기술주의 자금조달 창구라는 선의의 역할에 충실하고, 부실한 기업을 철저히 관리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임무가 우선이다.
김보선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