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올해 기업들은 울퉁불퉁한 길을 의미하는 '범피로드'(bumpy road)에서 '생존모드'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은 한층 심화됐으며, 여기에 정세 불안까지 더해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50여명의 경제·사회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2017년 경제 키워드 및 기업환경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새해 주요 대외 리스크로 미국의 금리인상과 그 후폭풍(69.2%), 중국의 경기 둔화(57.7%), 보호무역주의 확산(46.2%), 북한·IS 위협(15.4%) 등을 꼽았다. 미국 금리는 0.5%포인트 이상 인상되고,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6%에서 6% 초반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글로벌 경기 전망을 지역별로 보면, 미국과 동남아만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중남미, 유럽연합(EU) 등의 전망은 극히 어두웠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의 국가별 전망은 미국(180), 동남아(124), 러시아(100), 일본(96), 중동(80), 유럽연합(72), 중남미(68), 중국(52) 순으로 집계됐다.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긍정적인 반면, 0에 가까울수록 부정적이란 의미다.
기업 매출액과 관련해서는 각종 불확실성 증대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92.3%)이 주를 이뤘다.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 시각도 우호적이지 않을 것(84.6%)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지난해보다 높을 것(73.1%)이라는 시각이 컸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마치 호수 위의 오리와 같아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물 아래에서는 쉼 없이 발길질을 이어나가야 한다"며 "소비자의 기대와 사회의 요구 수준이 높아진 만큼 이를 충족할 전략을 끊임없이 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수저론 등 기득권에 대한 반감이 확산됨에 따라 사회통합이 약화되고 갈등조정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기득권에 입각한 사적이익 추구행위가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빚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급선무로 꼽았다. 정혁 서울대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고용안전망 구축의 투트랙 복지구조를 완성해 산업 구조조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