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경제계 주요행사들도 '표류'

대한상의·중기중앙회, 신년인사회 일정 못잡아…"말도 못 꺼낸다" 발만 동동

입력 : 2016-12-08 오후 3:34:13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탄핵정국과 함께 연말연시 예정됐던 경제계 주요행사들도 일정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5공 청문회 이후 28년 만에 재벌 총수들이 국정조사 증인대에 선 데 이어, 특검은 뇌물죄 혐의 입증에 칼을 갈고 있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다음해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경제계의 시계도 멈춰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연초 진행하는 경제계 신년인사회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해체론에 휩싸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을 대신해야 할 경제계 맏형조차 국회의 탄핵소추안 결과만을 숨죽이고 지켜봐야 할 입장이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연말연시 일정이 미정이다.
 
대한상의에서 진행하는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통상적으로 매년 1월 첫 주에 열리며,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재계 인사가 대거 참석한다. 올 초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 6단체장, 기업 대표, 국회의원, 주한외교 사절 등 각계 인사 1500여명이 모였다. 참석인원 만큼이나 넓은 장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리 장소 섭외에 나서야 하지만, 상의는 아직 일자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상의 관계자는 "대관을 진행하다 현재 중단하고 지켜보는 중"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984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웅산 테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계 관계자들을 따로 면담했다는 이유로 불참했던 2007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대통령이 직접 챙겨온 행사다. 하지만 이번에는 행사가 진행되더라도 탄핵소추안 가부와 관계없이 박 대통령 불참이 확실시된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실체가 드러난 직후 대외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재계 역시 분위기가 좋지 않아 참석률이 저조할 것으로 보여 행사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도 높다.
 
중기중앙회는 이와 별도로 전국 업종별 중소기업인 대표와 정부, 국회 등 관련 인사들이 모이는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를 개최해왔다. 박 대통령도 행사를 찾았다. 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진행하는 만큼 별도의 대관은 필요치 않지만, 통상 12월 주요 참석자 일정을 사전 조율해 날짜를 정해왔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지금쯤 VIP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데 아직"이라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행사 자체를 입밖에 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각종 산업별 행사들도 연이어 취소되고 있다. 연말 예정된 금융감독원 주관 금융산업별 CEO 간담회는 연기됐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9일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의 이사회 소속 보험사 CEO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취소를 통보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주관 행사는 될 수 있으면 하지 말라는 지시가 전해져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계 인사들이 올해 1월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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