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소식을 전할 때면 언제나 가슴이 답답해진다. 공장에서 청소 작업을 하다 고압호스에 맞아 숨졌다는 A씨. 나이는 겨우 서른, 이번에도 하청 근로자. 이 젊은이는 어쩌다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됐을까,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은 어쩌나. 하지만 타인을 위해 슬퍼할 시간은 오래 주어지지 않는다. 규모가 크지 않은 사고는 간단한 단신으로 쓰여지고, 뉴스 홍수 속에 곧 잊혀지는 일이 반복돼왔다.
지난해에도 전국 곳곳에서 많은 산업재해가 일어났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에서는 한해에 무려 1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사고 원인은 대부분은 떨어짐·깔림·끼임 등 후진국형 재해였고, 피해자는 하청 근로자나 미숙련 근로자였다. 문제는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007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주요 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작성한 '한국경제주평'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산업재해율이 유난히 높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2006년 기준 한국의 사망만인율(근로자 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 비율)은 1.14로, 비슷한 시기의 일본(0.3), 독일(0.25), 미국(0.52)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떨어짐·깔림·끼임 등 재래형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회사 규모가 영세할수록 재해율이 높았다. 또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벌어진 사고 비중은 전체의 60%에 달했다. 10년이 흐른 지금도 한해에 2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사망만인율은 0.74,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에는 한참 뒤쳐져있다. 여전히 숱한 근로자들이 재래형 사고로 목숨을 잃고, 전체 사고의 절반은 영세 사업장에서 일어난다.
업계에서 안전관리를 잘한다고 평가받는 한화케미칼도 울산공장 폭발사고가 일어나기 전 안전점검 없이 하청업체에 용업 작업을 지시하고, 간부들이 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심지어 김천1공장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산업재해 19건을 숨겼지만, 과태료는 5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동안의 안전 점검이 형식적 절차에 그친 것은 아닌지, 처벌을 강화하거나 안전 관련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는 없는지, 새해를 맞아 사업주와 근로자, 감독기관 모두 다시 점검할 시점이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