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네 곳의 교섭단체로 재편된 여의도 정치권이 치열한 난전상태에 돌입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정국과 그에 따른 정계개편, 각 당내 혼란 수습 필요성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가칭, 이하 신당)은 6일 사드배치, 인적쇄신, 정체성 문제 등 다양한 이슈를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사드문제’ 공격받는 민주당
우선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선 민주당을 향해 구여권이 사드 방중문제를 고리로 협공을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내 기업을 위한 대중국 경제외교’로 설명하고 있지만 새누리당과 신당은 ‘매국·굴욕 외교’라며 며칠째 한목소리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그들은 본인 주장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중국 입장만 일방적으로 듣고 대대적 홍보에 이용됐다”며 “주권 사안을 굴욕적 방법으로 구걸하듯 매달리는 것이 과연 국가와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됐나”라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신당은 전날 유승민 의원이 “매국행위”라고 비난한 것에 이어 이날은 하태경 의원이 창당준비회의에서 “(중국 공산당 서열 200위권인)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고 온 것은 굴욕 외교일 뿐만 아니라 천대받고 무시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위쇄신’ 논란의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당내 친박(박근혜) 인적쇄신 과정에서 불거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밀약논란’으로 야3당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앞서 친박좌장 서청원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정론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인 비대위원장이 일단 탈당계를 내면 나중에 돌려주기로 했다”고 폭로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인사 몇 명 적당히 탈당시켜서 세탁하고 국민을 속이려 했다면 정말로 천벌을 받을 일”이라며 “인 위원장은 우선적으로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여당으로서 누려온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당의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위장탈당 아니냐. 새누리당은 국민을 두 번 세 번 속이는데, 이것이 과연 개혁인가”라고 힐난했다. 오신환 대변인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행태는 결국 국민이 바라는 변화 요구를 묵살하는 것”이라며 “그 동안 오직 권력유지에만 함몰되어 온 ‘가짜 보수정당’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체성’ 의심받는 개혁보수신당
‘안보는 보수, 민생은 진보’라는 기치를 내세운 신당은 여야 3당에 포위당한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안보관 등 당 정체성에 의문부호를 던졌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개혁의지 진정성을 의심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신당의 정강·정책을 보면 새누리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왜 굳이 신당을 창당하려는지 의아하다”며 “올해 대선을 앞두고 권력지분을 노리는 것은 아닌지,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사라질 소위 ‘떴다방 정당’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진 시선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과 합의한 10·4 정상선언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존중하겠다고 한다”면서 “당 정체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행보를 한다면 국민은 이 당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일침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신당이 전날 ‘투표권 18세 인하’ 당론을 하루 만에 백지화 한 것을 비판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개혁보수신당이 추구하는 새로움이 무엇이냐”며“당리당략을 따지지 않고 국민들에게 참정권을 더 부여하는 게 새로운 보수의 가치여야 하는 거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날 신당 소속 권성동 의원의 '우리나라 고3들은 의존성이 강하고 미성숙하기에 투표권을 주면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전 세계 234국 중 216국이 18세에게 투표권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18세는 세계 217위냐”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양순필 부대변인도 “혹시나 했던 신당이 역시나 수구적 행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며 “권 의원의 발언은 저들의 편협하고 낡은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신당 정병국 위원장은 "신당은 30명의 의원과 원외가 함께 만들어가는 정당이기에 창당이 되고 나서도 다양한 의견의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고 일사분란하지 않을 것"이라며 "논의 과정 중에, 확정되지 않은 사항을 갖고 일사분란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개인의 사당을 만들라는 것과 같다"고 당론 번복을 해명했다.
장제원 대변인은 10·4 정상선언을 정강정책에 올린 것에 대해 “그것을 역사의 사실로 인정한다는 뜻이지 거기에 담긴 내용이나 정책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혼란 상황에 한 여의도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쏟아지지만 제대로 정리가 안 돼 혼란이 커져가고 있다”며 “조기 대선 정국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국민들의 정치혐오감이 커질 수 있다. 궁지에 몰렸던 여권 핵심부는 환영할 만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수석부대표실에서 여야 원내교섭단체 4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손을 모으고 있다. 왼쪽부터 개혁보수신당(가칭) 정양석,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새누리당 김선동,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