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과정서 성추행 혐의' 가정의학 전문의 무죄 확정

"치료범위 넘어 환자 성적 자유 침해 의도 엄격히 증명돼야"

입력 : 2017-01-08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체온측정을 하고, ·코 부위를 진찰하는 진료 과정에서 여학생을 성추행 한 혐의로 기소된 가정의학 전문의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3(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1심과 2심이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환자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사의 행위가 추행으로 인정되려면 치료와 무관하거나 치료 범위를 넘어 성적 자유를 침해했음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인천에 있는 한 소아과에서 가정의학 전문의로 일하던 김씨는 2013410일 오전 진료 증 교복치마를 입고 있던 피해자 A양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A양의 귀에 체온계를 넣어 체온측정을 하고, ·코 부위를 진찰하면서 다리를 벌리고 피해자에게 다가와 피해자의 무릎에 피고인의 성기를 밀착시킨 혐의를 받았다. 또 피해자를 진료실 내 진료 침대에 눕게 한 후 손으로 피해자의 배꼽 주변을 누르다가 피해자의 팬티 안에 손을 넣어 음모가 난 부위를 만진 혐의도 있었다.
 
1심은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까지 추행을 당했다는 점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다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허위나 작위적인 요소가 개입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이어 피고인이 치료를 빙자해 위계로써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벌금 1000만원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 다만 1심은 진료 중 B양과 C양 무릎에 허벅지를 밀착시키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행위가 진료의 범위를 넘어서는 추행행위에 해당하거나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진료할 당시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들에 대한 진료과정에서 이뤄진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환자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진료 및 치료과정에서 이뤄진 의사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 행위가 환자의 인식 여하에 따라서 추행으로 오해되거나 비판받을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치료와 무관하거나 치료의 범위를 넘어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 하에 이뤄진 추행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DB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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