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 빌딩을 매각해 얻은 양도차익에 부과한 법인세 약 648억원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한·미 조세조약상 상호합의에 따라 부동산 과다보유 법인 주식의 양도소득에 대해 한국의 국내 원천소득으로 봐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첫 판결이다. 다만 대법원은 론스타에 부과된 가산세 약 392억원은 취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5일 론스타펀드Ⅲ의 유에스LP와 버뮤다LP가 역삼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유에스LP와 버뮤다LP는 투자자로부터 모집된 자금으로 고유한 사업활동을 하면서 이 사건 주식 매입자금의 실질적인 공급처 역할을 했고, 펀드 설정 이후 다수의 투자거래를 수행해 온 점, 무한책임사원과 유한책임사원으로 구성된 단체로서 구성원과 별개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로서 법인세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주식 양도소득의 경우 외형상으로는 주식의 양도소득이지만, 그 실질은 부동산 자체가 양도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과 마찬가지로 볼 여지가 있다"며 "한·미 조세조약은 부동산 소득인 경우 제15조에 따라 부동산 소재지국(이 사건에서 한국)에, 주식 등 자본적 자산의 양도소득인 경우 제16조에 따라 양도자의 거주지국(이 사건에서 미국)에 과세권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그에 따라 한국 소재 부동산을 과다보유한 법인 주식의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있고, 이 경우 국내에서 따로 조약 개정에 준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해서 그 효력을 부인할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유에스LP와 버뮤다LP는 한국 내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 벨기에 법인 스타홀딩스 SCA를 설립한 후 이를 통해 지난 2001년 6월15일 스타타워 빌딩을 소유한 스타타워㈜ 주식 전부를 인수했다. 스타홀딩스 SCA는 2004년 12월 28일 스타타워 주식 전부를 싱가포르 법인에 매각해 양도차익 약 2450억원을 얻었다.
역삼세무서는 2005년 12월15일 스타홀딩스 SCA를 도관회사로, 유에스LP와 버뮤다LP를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귀속자로 봐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유에스LP와 버뮤다LP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12년 1월27일 유에스LP와 버뮤다LP가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에 해당해 소득세 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역삼세무서는 2012년 2월13일 종전의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을 취소하고, 그 대신 다시 유에스LP와 버뮤다LP를 상대로 이 양도소득을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7호(부동산주식의 양도소득)에 따른 국내 원천소득으로 해 법인세 본세에 가산세를 더한 약 1040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유에스LP와 버뮤다LP는 또다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스타홀딩스 SCA는 조세회피를 위해 사용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므로 론스타 자체가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로서 법인세 납세책임이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산출근거를 적지 않은 약 392억원에 대한 부과처분을 취소한다"며 법인세 약 648억원 부과 부분만을 인정했다. 역삼세무서는 하자를 보완해 가산세를 다시 부과했고, 이에 불복한 유에스LP 등이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소송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론스타펀드Ⅲ가 스타타워 빌딩을 양도함으로써 얻은 소득을 과세할 수 있는지에 관해 종전 소송 기간을 포함해 9년이 넘게 계속된 소송 절차를 마무리하는 최종 확정판결"이라며 "론스타펀드Ⅲ의 하위 투자목적회사인 스타홀딩스 SCA가 도관회사이고, 상위투자자인 원고들이 그 소득의 실질귀속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2001년 4월6월 공표된 부동산 주식 양도소득에 관한 한·미 조세조약상 상호합의에 기초해 국내 소재 부동산 과다보유 법인 주식의 양도소득에 대해 한국에 과세권이 있다고 최초로 판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유사한 분쟁에서 해석의 기준이 될 법리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