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오는 20일 출범을 앞두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 중국 무역정책이 한국과 일본, 대만 등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현지시간으로 7일 미국 시카고 한국총영사관 회의실에서 한국과 미국의 경제 석학들과 함께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방향과 동아시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권 원장은 "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라며 "미국 경제정책 불확실성 증대와 미·중 갈등이 정치·외교관계뿐 아니라 무역·통화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격 수위가 높아질 경우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트럼프가 내걸었던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실행할 경우 한국도 조작국에 들어갈 수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통상에 있어 불안요소다.
일명 '트럼프 트릴레마'로 불리는 보호무역 강화와 재정확대 및 감세, 저금리 정책의 부조화도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베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대와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통화 긴축이라는 두 정책의 조합은 달러 강세를 이끌게 되고, 이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마틴 아이헨바움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무역수지 개선에 실패한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적인 무역장벽을 세우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는 '거대한 무역 전쟁'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며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한다"고 발언하며 통상에서 노골적인 압박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를 생산기지로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비롯해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정근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직전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와 엔화 가치 절하는 일본 상품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동아시아국가들의 수출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수출을 둔화시켜 1997년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사진/AP·뉴시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