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논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빠졌다. 당 내에서 결선투표제를 우선 처리법안에서 제외한데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에 부정적인 의사를 보이면서 안 전 대표의 당초 구상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결선투표제’를 1·2월 임시국회 우선 입법과제에서 제외하고 개헌 과제로 넘긴다고 발표했다. 안 전 대표가 대선 전 처리해야 할 개혁 입법 과제로 제시한 결선투표제 주장을 결과적으로 원내지도부가 철회하는 듯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입법사항으로 관철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어렵다”며 “헌법학자들은 개헌 사항으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국회 입법조사처도 "결선투표제 도입은 헌법 개정이 없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에 의하면 당시 입법조사처는 “현행 헌법 상 대선은 상대다수대표제이기 때문에 절대다수대표제인 결선투표를 도입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현행 헌법 상 위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후보의 위헌심판 제기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러한 가운데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결선투표제 도입이 실무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나오면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결선투표를 감안하면 본선거를 더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의 입장을 감안해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조배숙 의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안 전 대표께서 결선투표를 주장했는데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며 “정책위 차원에서 정책의총을 열어 (결선투표제 도입 문제를) 명분 있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도 “이번 주 내에 안 전 대표, 김동철 비대위원장과 저녁식사를 같이 한 후 의총을 열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충북 청주 선프라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당 충북도당 당원대표자대회에 참석한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