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삼양식품(003230)이 생산라인 시설투자를 통해 굴욕을 맛 본 라면시장에서 재도약을 선언한 가운데 과거 '증설의 저주'에 시달렸던 아픈 기억을 지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금융감독원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199억원 가량을 투자해 강원도 원주공장에 라면 생산라인 2개를 증설할 계획이다. 이번에 증설하는 라인은 각각 봉지라면, 큰 컵라면 생산라인으로 수출 주력품목인 '불닭볶음면'을 우선 생산하게 된다.
공장 증설을 통해 뒤늦게 해외에서 발동이 걸린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올해 수출에 사활을 건다는 복안이다. 이번 라인 증설을 통해 삼양식품의 생산 능력은 매출 기준 연 1000억원 규모가 늘어나게 되며 라인 증설은 올 8월쯤 완료될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최근 몇 년간 국내 라면시장에서 추락을 거듭하며 공장 증설은 꿈도 못 꾸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해외시장서 히트를 치고 있는 불닭볶음면이 이번 증설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과거 섣부른 '증설'로 인한 이른바 '증설의 저주'라는 아픈 추억이 있다.
2012년 국내 라면 시장에 하얀국물 라면이 열풍을 일으킬 당시 경쟁사인 팔도의 꼬꼬면의 성공을 지켜본 뒤 '나가사끼 짬뽕'을 출시해 인기를 얻었고 호황에 힘 입어 당시에도 생산라인 증설을 전격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하얀국물'은 라면시장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 반짝 트렌드에 그치며 삼양식품은 섣부른 증설로 쓴맛을 봐야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번 증설의 배경이 된 '불닭볶음면' 역시 당시 '나가사끼 짬뽕'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불닭볶음면 역시 국내 출시 초기 시장에서 월 평균 20% 이상 성장하며 돌풍을 몰고 왔지만 이내 경쟁 제품에 밀려 인기가 식어버렸다.
지난해 뒤늦게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해외 소비자들이 '매운맛'에 대한 호기심으로 구매하는 비중이 높아 열풍이 오랜기간 지속될지는 장담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삼양식품의 경우 경쟁 제조사와 비교해 라면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80% 가까이 되는만큼 단기간의 호황에 기대어 증설 승부스를 띄운 것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도 나온다.
일각에선 삼양식품이 경쟁사들이 다양한 신제품으로 트렌드를 선도하는 상황에도 신제품 개발보다 미투(me too)제품 출시에만 열중이었던 점을 들어 섣부른 생산라인 증설이 아닌 새로운 제품개발 투자나 사업다각화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번 증설은 불닭볶음면의 생산규모 확대도 목적이지만 주력 제품의 원활한 생산과 품질 안전을 기하기 위한 투자"라며 "포화 상태인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생산능력 제고를 통한 수출액 증대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2년 '하얀국물' 열풍이 반짝 트렌드에 그치며 쓴맛을 봤던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