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정부가 올해 전기자동차보급 확대를 주요 과제로 내세우면서 손해보험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위권 손보사들이 그동안 꺼렸던 전기차 전용 보험을 출시하면서 획일화된 자동차보험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2위권 보험사들은 불모지였던 전기차 보험 시장에 먼저 나서는 이유는 정부가 전략적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추진하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라며 "시장을 먼저 선점하기 위한 방편으로 경쟁적으로 전기차 보험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전기자동차 전용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현대해상은 미국 테슬라, 현대 하이오닉 등 전기차 종류가 증가하고 국내에도 전기차 시범 도시를 지정한 가운데,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고 전기차 구매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이 상품을 개발했다.
전기자동차 전용 자동차보험은 전기차 구매자들이 겪는 주행 중 방전에 대한 불안, 충전소 부족 등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배터리 방전 시 ‘긴급충전 지원 서비스’를 도입했다.
주행 중 연료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잔량 부족으로 곤란에 처한 고객의 요청 시 현장에 출동해 전기차 충전소 위치 검색 및 무료 견인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용 콜센터 조직을 구축해 서비스 신속도를 높였으며, 전기차 충전소가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 무료견인 거리를 기존 10km에서 40km로 대폭 확대했다. 또한, 친환경 전기차 구매 고객의 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해 보험료 3%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2월 현대해상에 뒤를 이어 전기자동차 전용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일반 자동차보험보다 평균 3.6% 저렴한 보험료로 개발됐다. 특히 자동차보험료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상책임담보 및 자기신체사고담보의 보험료는 5%까지 할인하고 있어 더욱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다.
또한, 휘발유·경유 주유소보다 부족한 충전소 인프라도 전기자동차 오너들의 애로사항이었다. KB손해보험은 이에 착안해 전기자동차 전용 보험 가입자에게는 배터리 소진 등으로 차량이 응급조치가 필요할 때 최대 50km까지의 견인서비스를 10회까지 무상으로 제공한다.
일반 차량에 적용되는 기본 견인서비스는 10km가 초과된 거리부터 고객이 직접 견인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전기자동차 전용 보험의 고객이라면 ‘뉴매직카서비스A(50km)’로 최대 50km까지 견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 횟수도 연간 10회까지 제공하는 보험사는 KB손해보험이 유일하다.
아울러 견인을 요청한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충전소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서비스도 새롭게 시행할 예정이다. 가까운 충전소를 직접 찾고자 하는 고객은 충전소 위치 확인이 가능한 URL을 문자로 받아 볼 수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 4일 10% 저렴한 전기차 전용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특히, 동부화재 전기차 전용 자동차보험은 보험료 할인과 긴급견인 서비스 외에도 업계 최초로 전기차 이용고객이 겪을 수 있는 2가지 새로운 위험을 보장한다. 먼저, 전기차 충전 중 감전 상해 위험이다.
전기자동차는 비 오는 날씨 등 충전 시 감전 위험이 크다. 동부화재는 전기차 충전 중 감전으로 인한 상해손해를 자기신체사고(또는 자동차 상해) 담보 기준에 따라 보상해 전기차 이용자의 불안을 해소했다.
또한, ‘전기자동차 사고 시 배터리 교체비용 특약’을 신설해 사고로 배터리 손상될 경우 발생 가능한 고객의 경제적 부담을 없앴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고가의 부품으로서 사고로 배터리를 교체해야 할 경우 약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등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기존 자동차보험에서는 사고 시 배터리와 같은 고가의 주요부속품을 ‘새 부품’으로 교체할 경우, 중고부품과 새 배터리의 가격 차이를 고객이 부담했으나 이 특약을 가입할 경우 고객부담액이 전혀 없이 새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반면, 업계 1위
삼성화재(000810)는 전기차 전용 상품에 대한 데이터를 좀 더 쌓은 뒤 출시를 검토하겠다며 느긋한 입장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아직은 전기차 고객보다 일반차 고객이 많은 상황이라 전기차 전용 상품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한 뒤 상품 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