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금융당국의 잇따른 회계감리로 건설업계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조선, 건설 등 수주산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대우건설에 이어 현대건설까지 회계감리 대상에 오르면서 긴장감이 높아진 것이다. 그동안 매출 상승을 견인했던 주택시장 침체 전망과 대출 금리인상, 부동산 규제 강화에 이어 건설업계가 극복해야 할 난관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현대건설(000720)은 지난
6일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 대상회사로 선정돼 관련 자료제출 요구를 받은 사실이 있다
"고 공시했다
.
금감원은 현대건설의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현대건설의 미청구 공사대금, 공사 원가 추정치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의 공사 계약별 진행률과 미청구공사 금액의 위험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대우건설(047040)의
3분기 보고서 재무제표에 대해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하면서 건설업계에 미청구공사대금 논란이 불거졌다
.
업계는 이번 현대건설에 대한 회계감리도 지난해 대우건설 사태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다. 대우와 현대 모두 해외건설 비중이 높고,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액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부감사인이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라는 점도 동일하다.
금감원은 올해 중점감리대상 중 하나로 '수주산업의 공시 적정성'을 선정했으며 재무제표가 부실하고 위험요인이 많은 기업에 대해 테마감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각종 분식회계 의혹으로 낮아진 수주산업에 대한 회계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나오는 오는 3월쯤 추가로 감리 대상을 정해 공시 적정성을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해 주택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며 재무구조가 개선된 건설업계가 회계 감리 대상에 오르는 것은 미청구공사액 비중이 높은 해외사업 때문이다.
최근 2년 동안 이어진 주택시장 호황으로 인해 그동안의 해외사업 손실을 메우고도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주택시장 마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선제적인 구조조정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에 대한 금융당국의 회계감리가 선제적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 분야 호조로 최근 실적이 개선된 것은 맞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때보다 못한 수준"이라며 "올해는 주택 전망이 어두운 데다 해외수주도 여전히 어려워 힘든 1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시장 축소 후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건설업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며 "건설사에 대한 회계감리가 그 신호탄이 될 것이란 얘기가 많이 돈다"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주요 해외사업장의 미청구공사액이 속속 회수되고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올해 들어 한화건설은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과 관련해 공사 미수금 6800억원을 수령했다. 이어 대우건설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대표적인 손실 사업장으로 꼽히는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의 미청구공사대금 3871억원을 수령했다.
미청구공사액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부실로 인해 미청구공사액이 부실 판단의 기준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외 대형 플랜트 공사의 경우 계약에 따라 1000억 이상의 미청구공사 금액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기도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를 모두 손실로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2016년 연말 회계감사에 철저한 진행을 통해 적정 의견을 받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우건설 3분기 보고서의 검토 의견 거절에 이어 현대건설에 대한 회계감리가 시작되면서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우건설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사진/대우건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