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에게 주는 ‘투표권’, 청소년은 왜 안 되죠?”

“선거철에도 청소년들에겐 관심 없어…비현실적 정책 나올 수 밖에”

입력 : 2017-01-18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조기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서은송 청소년 명예서울시장(20·여)이 만 18세 청소년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선발했다. 청소년이 투표권을 갖는다면 정치권도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결국 실질적인 청소년 정책을 펼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송 명예시장의 주장이다. 송 명예시장은 청소년들의 정치적 미숙함을 인정하면서도 “성인 중에는 정치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도 투표권을 갖고 있다”며, “다소 미숙하긴 해도 청소년들은 엄연한 국민이고, 그런 청소년들에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편집자주)
 
서은송 청소년 명예서울시장. 사진/조용훈 기자
 
-명예시장을 맡게 된 계기는.
 
서울시 청소년 명예시장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자리예요. 제가 현재 활동 중인 서울시 어린이 청소년참여위원회(어청참)와 서울시 청소년 의회 안에서는 다양한 청소년들의 의견이 있어요. 이런 것들을 저희끼리만 이야기하지 말고 박원순 서울시장님께 직접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전달 매개체가 없어서 힘들었어요. 안 그러면 청소년 활동이라는 게 ‘우리들만의 파티’로 끝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래서 정작 1년 동안 준비한 청소년 총회에 박 시장님이 안오시면 섭섭할 때도 있어요. 그런 자리를 만드는 이유는 시장님과 직접 대화하고, 우리가 제안한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없는지를 알고 싶은 거거든요. 또 시장님이 오시면 아무래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님도 같이 오시는 경우도 있고, 언론에도 더알려지고요. 저희들이 하는 청소년 활동은 잘 알려지지가 않아요. 홍보가 부족하니깐 그만큼 시민들 관심도 낮고요.
 
‘어청참’ 활동 성과는.
 
가시적인 성과는 청소년 쉼터 개선사업이에요. 서울에는 청소년 쉼터가 너무 없어요. 있어도 환경이 각 자치구마다 편차가 커요. 그래서 청소년 쉼터를 더 늘리고, 쉼터별로 환경도 개선하자고 강하게 요구했어요. 또 청소년 쉼터 안에서 이뤄지는 심리상담 같은 경우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 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상담교육도 하자고 제안했어요.
 
활동하면서 느낀 한계 같은 경우는 청소년들이 제안한 정책이 서울시 이미지 개선에 좋을 거 같으면 좀 적극적으로 추진되지만 어느 정도 부담이 되거나 이미지 타격이 있다고 생각하면 잘 추진이 안돼요. 단적인 예로 지하철에는 청소년 1회용 승차권 발권이 안돼서 만들어 달라고 했거든요. 근데 안 되는 이유가 발권 기계도 다 바꿔야 되고, 기존에 청소년들이 성인용 1
회용 승차권을 사용하면서 생기던 이익이 줄어 들 거라는 거예요. 어쩌면 당연한 요구인데, 청소년한테 성인용 승차권을 팔아서 이익을 보려고 한다는 게 이해가 안돼요.
 
대통령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안에 대한 생각은.
 
우선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생긴다면 아무래도 청소년들을 위한 관련 정책도 활발히 논의될 거 같아요. 선거철에만 봐도 횡단보도에 청소년, 청년, 성인이 함께 서 있으면 청소년에게는 관심이 없어요. 투표권이 있는 청년과 성인에게는 따뜻한 커피라도 건네지만 청소년은 관심을 받지 못해요. 선거 때 교육정책 같은 경우도 직접 체감하는 청소년들이 아니라 대부분 학부모를 겨냥해 나오잖아요.
 
일부에서는 투표권을 18세로 낮추는 걸 반대하신다고 알고있어요. 저도 일정 부분 동감해요. 청소년들이 아직 정치적 판단이 미숙하고, 정치적 효능감도 낮아서 주변 친구나 가족에게 휩쓸려 투표권을 행사할 수도 있죠. 제 주변에도 정치에 관심없는 친구들 많이 있어요. 근데 대학생이든 성인이든 어느 세대나 정치에 관심 없는 유권자는 항상 있어요. 투표권 나이를 낮추는 걸 반대하시는 분들이 이런 부분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갖는다는 것은 아주 큰 참여권을 얻게 되는 거예요. 청소년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질 수 있고, 우리 얘기가 들릴 거예요. 청소년 관련 정책도 지금보다 더 많이 나올
거고요. 청소년 투표권은 결국 그런 발판을 만들어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올해 첫 대선 투표에 참여한다. 어떤 대통령을 원하나.
 
아직까지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는 없어요. 굳이 뽑아야 한다면 덜 나쁜 사람을 뽑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최대한 잘 정리할 수 있는 후보를 뽑을 거예요. 새로운 무
언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벌어진 일부터 잘 추스를 수 있는 분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청소년 정책이 필요한가. 
 
방금 하신 질문 자체라도 고민했으면 좋겠어요.‘청소년들에게 이런 정책을 내놓겠다’는 생각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요. 근데 현실은 아니거든요. 제가 이런저런 정책을 해달라고 말할 수 없는 건 아예 그런 생각을 안 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결국 투표권 확대가 필요한거고요. 청소년이 투표권을 행사하면 결국 저 혼자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모든 청소년이 다 같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정치인분들이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리가 요구할 거에요.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서 서울시 청년수당을 만든 것 처럼요.
 
최순실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막막했어요.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단시일 내에 끝날 게 아니라 죄가 있는 사람은 끝까지 찾아야 할 텐데, 결국 지금 청소년들이 어른이 돼서도 이어질 것 같았어요. 근데 한편으로는 지금 이 시기를 겪은 청소년 중 누군가가 정치인을 꿈꾼다면 좋은 정치인이 될 거 같아요. 또 누군가에게는 초심을 일깨우거나 확고한 의지를 불태우게 해줄 의미가 될 거고요. 그런 청소년들이 나중에 성공한 정치인이나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한 적 있나.
 
3번 정도 참여했어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제가할 수 있는 게 촛불을 드는 것 말고는 없어 보였어요. 처음 참여한 민중총궐기 때는 집회 도중에 집에 갔어요. ‘박근혜 퇴진’이라는 명확한 주제가 안 잡힌 거 같고 너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화가 났어요. 하나의 주제를 해결하고 다음 주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다양한 요구들이 많았거든요. 근데 후반부로 갈수록 집회의 목적도 점점 명확해져서 즐겁게 참여했어요. 처음 집회에 참여할 때는 덤덤했는데, 다 함께 구호도 외치고 소등행사도 하다 보니깐 순간 울컥하더라고
요. 묘하더라고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다큐 PD가 될 거예요. 최종적으로 투쟁다큐를 찍고 싶어요. 나중에 한진중공업 노동자분들의 투쟁기를 다룬 <그림자들의섬>같은 다큐를 찍는 게 꿈이에요. 
 
지난달 3일 '천만공감 주파수 소통 123헤르츠' 행사에 참여한 서은송 청소년 명예서울시장(왼쪽에서 두번째)이 핸드프린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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