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우리에게 설은 제삿날과 같습니다. 지난해 설 연휴 마지막 날 개성공단이 전면폐쇄되면서 삶의 터전인 공장을 잃었으니까요."
설 명절을 앞두고 개성공단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설 연휴 마지막 날 이뤄진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맨 몸으로 쫓겨난 이후 처음 맞는 설이다. 1년째 사태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개성공단 기업들의 경영상황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지난해 2월11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로 짐을 실은 입주기업 차량들이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로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18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입주기업 124곳 가운데 10여곳은 생산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공단 재개를 기다리며 간신히 거래선을 유지할 뿐, 수익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협회 관계자는 "공장이 없으니 아웃소싱하고 있는 곳도 있고, 해외나 국내에 공장을 빌려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며 "대부분 자금문제로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지난해 설은 악몽이었다. 입주기업 한 관계자는 "여느 명절처럼 지방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연휴 마지막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해 2월10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다음날 북한이 자산동결로 맞대응하면서 공단은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간의 노력도, 꿈도, 희망도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직장을 잃은 대신 차가운 거리의 아스팔트로 내몰렸다.
취재 중 만난 한 입주기업 대표는 "1년 전 설만 해도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10여명의 일가 친척들이 모여 차례도 지내고 밀린 얘기를 쏟아냈지만, 올해는 차례조차 생략하기로 했다"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124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 5000여 협력업체, 10만 임직원들 모두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긴 한숨을 토해냈다. 또 다른 입주기업 대표 역시 "지난해에는 직원들에게 설 상여금도 줬는데 올해는 밀린 월급 주기조차 어렵다"며 "명절이 더 서럽고 슬프다"고 씁쓸해했다.
다음달 10일로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 지 1년이 된다.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여전히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며 "지난 1년간의 피해내용 등을 정리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되레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는 한숨만을 내쉬는 눈물의 시간이 되고 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